[위크엔드 카페]패션은 아무로도 춤추게 한다

복고풍 의상에 60년대 곡 리메이크

패션-음악-춤 ‘퓨전콘텐츠’ 인기폭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패션계에는 ‘패션은 아무로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일본 열도는 한물 간 줄 알았던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惠·31·사진)로 떠들썩합니다. 지난달 29일 발매된 그의 음반이 3주 만에 100만 장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1995년 데뷔한 그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아무러(Amurer)’로 불린 20대 여성들은 그의 스타일을 좇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임신, 결혼과 이혼, 음악노선 변경 등에 팬들은 하나 둘 그를 외면했습니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헤어 브랜드 비달사순과 손을 잡았습니다. ‘시대는 머리카락에서부터 변한다’라는 표어 아래 비달사순은 아무로의 신곡과 뮤직비디오, 샴푸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내로라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이 동참했습니다.

이들의 콘셉트는 ‘옛날로 돌아가기’. 보브컷(단발머리) 헤어스타일의 아무로는 1960년대 흑인 여성 트리오 더 슈프림스의 ‘베이비 러브’를 리메이크해 불렀습니다. 스타일팀은 그에게 H라인 미니스커트, 챙 넓은 모자와 검은색 장갑 등 1960년대 패션 아이템을 입혔죠.

아무로는 또 1970년대 펑키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푸른색 짚 업 원피스와 후드 티셔츠를 입고 흑인 여가수 아레사 프랭클린의 ‘록 스테디’를 불렀습니다. 1980년대로 넘어가서는 유니섹스 코드, 맥시멀리즘을 형상화한 듯한 형광색 의상, 어깨 넓은 원피스를 입고 ‘플래시 댄스’의 주제가 ‘왓 어 필링’을 리메이크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비달사순의 샴푸는 한 달 만에 50만 개가 팔렸고 아무로의 노래는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대박의 비결은 단순히 ‘복고 재현’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이어폰을 끼고, PMP 액정화면 영화를 보면서 한 손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멀티세대에게 어필한 것입니다. ‘한 큐’에 다양한 문화를 소비하려는 그들에게 패션과 음악, 춤이 섞인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흥밋거리였습니다.

국내 패션업계도 자극받았습니다. 국내 비달사순은 가수 이효리와 함께 패션과 음악을 섞은 퓨전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고 ‘컨버스’ 역시 9월경 이런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네요.

보고 듣고 느끼는 ‘5감’ 문화 시대. 21세기 패션은 앞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현란한 형태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 아무로도 춤추게 한 패션. 자,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요?

김범석 산업부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