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털 점퍼, 군살 쫘~악 빼고 멋쟁이로 돌아왔다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3시 10분


극세사 사용해 부피 크게 줄여… 얇은 다운 제품 유행 예감

몸에 달라붙는 슬림한 디자인젊은층에 인기

중장년층 겨냥 캐주얼 제품도

《“자, 보세요. 이 안에 다운 조끼 하나가 다 들어갑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동우어패럴 공장. 코오롱FnC 생산R&D 부문

송병호 부장이 500mL들이 페트병 하나가 들어갈 만한 작은 주머니를 보여준 뒤 다운(오리털) 조끼를 꺼냈다. 똘똘 말려 있던 조끼를 툭툭 치니 이내 부풀어 올라 제 모습을 갖췄다. 동우어패럴은 FnC코오롱의 ‘헤드’ 등을 생산 납품하는 다운 점퍼 전문 협력업체다.》

○ 극세사 소재, 세로짜기…‘날렵한’ 다운

송 부장이 선보인 것은 헤드의 ‘슬렌더 다운’ 제품. 기존 겉감과 안감 사이에 오리털 주머니 두 겹을 넣어 만들던 ‘4레이어’ 방식을 겉감과 안감 사이에 바로 오리털을 넣는 ‘2레이어’로 바꾸면서 두께와 부피를 크게 줄였다. 극세사(極細絲) 소재를 써 무게도 190g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송 부장은 “여기에 보통의 다운 제품처럼 가로짜기가 아닌 세로짜기 방식으로 바느질해 겉보기에도 날렵하게 만들었다”며 “이 방식은 코오롱과 동우어패럴이 특허를 받은 제조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오리털을 점퍼 안에 채워 넣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박음질로 제품 모양을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최종 제품 품질검사가 한창이었다. 불황과는 상관없는 듯 공장은 바쁘게 움직였다.

박종헌 동우어패럴 대표는 “올겨울 다운 점퍼의 주문 물량이 브랜드별로 많게는 2배까지 늘었다”며 “작년 85억 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110억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올겨울 히트 예감…다운 제품 밀물

따뜻하고 가볍지만 잘 부풀어 오르는 특성 때문에 ‘투박한 옷’으로 여겨져 젊은 멋쟁이들 사이에서 외면받던 다운 점퍼가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신소재를 채택한 얇은 다운 점퍼가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패션 브랜드들은 저마다 출시 물량을 늘리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노소영 책임연구원은 “올겨울에는 활동성을 한층 강화한 다운, 패딩 점퍼가 유행할 것”이라며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측면도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슬림한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에코로바의 거위털 재킷인 ‘넬리 다운 재킷’은 몸에 달라붙는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등산용뿐 아니라 평상복으로도 많이 팔린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아이더의 여성용 재킷 ‘엘라이스’는 허리선을 잡아주는 라인을 살렸다.

제일모직, 코오롱, LG패션 등 패션업계 ‘빅3’도 다운 제품 물량을 크게 늘렸다. 코오롱은 지난해보다 다운 제품을 2배가량 많이 준비했다. 제일모직도 브랜드별로 물량을 20∼50% 늘리기로 했다. LG패션 라푸마도 50% 이상 더 준비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제일모직 빈폴맨즈의 다운 제품은 지난해 11종류에서 올해 23종류로 늘었고, LG패션 라푸마도 13종류에서 16종류로 다양해졌다.

갤럭시 캐주얼의 하지희 상품기획자(MD)는 “주말 여가활동이 늘면서 예전보다 스포티한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일상생활에서도 젊고 활동적인 다운 점퍼를 입는 남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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