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맨발이 문제다. 맨발은 땀이 차서 냄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덧신이다.
비비안 스타킹 상품기획팀 김승미 MD는 “덥다고 맨발로 구두를 신으면 발에 무리가 갈 뿐 아니라 위생상으로 좋지 않다. 덧신은 맨발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발을 보호하고 쾌적한 상태를 유지해주는 유용한 아이템”이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덧신하면 왠지 아줌마들이 신는 덧신이 먼저 떠올라 주저하게 되지 않나. 그동안 덧신을 잘 신지 않은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껴질 터다. 사실 2002년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덧신=촌스러움’이라는 생각을 벗어날 수 없었다. 발가락부터 발뒤꿈치까지 전체를 덮는 덧버선형 스타일은 앞뒤가 막힌 구두를 신고 있을 때는 티가 나지 않아 괜찮지만 신발을 벗고 앉는 식당에 갔을 때 실소를 자아내기 딱 알맞은 아이템이다.
제 아무리 미니스커트에 매끈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여성일지라도 이런 덧신은 꾸미지 않는 아줌마의 느낌으로 전체적인 이미지를 깎아내린다.
하지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실용적이기는 하지만 신발을 벗자마자 촌스러움의 화살을 맞던 덧신은 급속한 속도로 진화했다. 다음해인 2003년 발가락만 덮고 끈으로 뒤꿈치를 연결하는 끈형 덧신이 등장했다. 뒤쪽에 트임이 있고 끈으로 연결된 형태인 슬링백 샌들에 최적인 형태. 벗었을 때 촌스러움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신을 수 있는 신발의 폭을 넓혀줬다.
이어 2006년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예 신었는지 알 수 없는 쿠션형 덧신이 나왔다. 발바닥 부분에 쿠션이 있는 형태로 엄지와 약지 발가락에 고리를 걸어 착용하기 때문에 덧신처럼 보이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연출한다. 쿠션으로 인해 편안함까지 느낄 수 있다. 하이힐을 애용하는 여성은 물론이고 노출이 많은 슬리퍼나 샌들을 신는 여성들에게도 좋은 아이템이다.
2007년에는 뒷부분이 없고 발 앞부분에 끼는 밴드 형태로 덮는 부분을 최소화한 밴드형 덧신까지 나왔다. 밴드 부분이 슬리퍼나 구두의 발등 부분에 가려 신었는지 알 수 없다. 최근에는 밴드에 레이스를 달아 벗었을 때 오히려 더 예쁜 효과를 내는 제품까지 나왔다.
소재에도 변화가 있었다. 원래 덧신은 땀 흡수를 위해 면을 주로 사용했다. 그런데 스타일적인 측면까지 고려하게 되면서 맨발처럼 보일 수 있는 망사와 레이스 등 소재가 도입됐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뒤꿈치 흘러내림을 방지하기 위해 실리콘도 덧신의 일부가 됐다.
최근에는 흡습성이 좋고, 냄새를 없애는 효과가 있는 한지 등 특수 소재도 등장했다. 덧신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해진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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