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서울 삼성동 전통무기체험전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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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기체험전을 찾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키만한 전통 활을 들고 활쏘기를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전통무기체험전을 찾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키만한 전통 활을 들고 활쏘기를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호기심 당기니 감탄이 팍!

대나무-꿩털로 만든 화살 등 전통무기 133점 한곳에

“대나무 대 1만 개 중 화살대로 쓸 수 있는 게 몇 개나 될까?” “1000개요?”

“아니, 100개나 될까? 그중 화살대를 곧게 하려고 구부리다 보면 절반 이상이 없어진단다.” “와!” “우리 전통화살이 얼마나 귀한지 알겠지?”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문화재보호재단 기획전시실. 화살을 매만지는 노인 앞으로 어린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화살대의 깃을 보고 정원석(10·학동초 3년) 군이 물었다.

“무슨 깃털이에요?” “꿩털이다. 깃을 붙여야 화살이 곧게 나아가지. 꿩 한 마리에 화살 깃이 10개밖에 안 나오니, 화살 3개밖에 못 만드는 셈이야.”

“흔한 닭털을 쓰면 되잖아요?” “집에서 곱게 자란 닭털은 금방 망가진다. 숲에서 거칠게 자란 꿩털을 써야 화살도 강해지지.”

화살촉을 물에 불린 소 힘줄로 감는 것은 철판도 뚫을 정도로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접착제로 민어 부레를 쓰는 까닭은 붙은 부위가 안 떨어지면서도 잘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노인의 설명은 끝이 없다. 꼬마들의 호기심도 끝날 줄 모른다.

노인은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보유자 유영기(71) 씨다.

5대째 화살을 만드는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전통화살을 만들어 온 장인과 컴퓨터게임에 익숙한 꼬마들의 흔치 않은 만남이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전통무기체험전 ‘이무기 여의주를 물다’에서 이뤄졌다.

이 체험전은 우리 전통무기 133여 점을 한 곳에 모았다. 전통무기 하면 활 창 칼 정도를 떠올렸던 사람들은 화살만 해도 종류가 100여 가지라는 유 씨 설명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외세 침략을 많이 겪은 우리 민족은 우수한 무기를 많이 개발해냈다. 화살이 대표적이다. 조선의 비밀병기였다는 편전(片箭). 보통 화살의 3분의 1 크기여서 사거리가 멀다. 화살이 작아 적병이 피하기 어렵고 속도가 빨라 갑옷도 뚫을 수 있었다. 통아(筒兒)라는 보조기구에 얹어 발사해야 했기에 적이 주워 다시 쏠 수도 없었던 최고 화살.

‘우는살’이라 불리는 효시(嚆矢)는 화살촉에 붙은 통에서 소리가 난다. 전쟁 때 전투 개시를 알리는 독특한 신호 화살. 나무나 뼈에 구멍을 내 소리 통을 만들었다. ‘가는살’ 세전(細箭)은 화살 몸통에 편지를 말아 적진에 격서(檄書)를 보낼 때 사용했다.

어시는 조선 임금이 성균관에서 옛 성인의 제사를 지낼 때 활쏘기 의식에 사용했다. 신전은 임금이 각 영(營)에 군령을 전할 때 썼다. 화살 몸체에 ‘신(信)’이 적힌 깃발을 달았고 촉은 ‘영(令)’ 모양으로 조각했다. 주살은 실로 묶어 쏘는 화살로 사냥 때 잡은 짐승을 끌어당길 때 유용했다. 거리살은 여러 갈래의 화살촉이 달려 사냥감을 죽이는 효과가 컸다.

유 씨는 “품질 좋은 고구려 활인 맥궁의 뜻을 알고 물어오는 꼬마도 있다”며 “아이들의 열의과 지식이 대단해 허투루 보여줄 수 없다”고 웃었다.

이 밖에도 인(寅)년 인월 인일 인시에 쇳물 부어 만든 보검으로, 임금이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에게 줬다는 사인검 등 고조선 시대 돌화살촉부터 조선 후기 화통까지 우리 전통무기의 다양함이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궁시 만들기, 태껸 배우기,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 체험도 있다. 25일까지. 02-3011-2163.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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