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유행을 탄다면 언제부턴가 일렉트로닉 음악은 이른바 ‘잘나가는’ 장르가 됐다. 큰 의미 없는 가사에 별 부담 없이 몸을 맡길 수 있는 비트는 홍익대 지하 클럽과, 유행을 가장 먼저 흡수한다는 광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일본 클럽음악을 대표하는 ‘재즈트로닉’의 뇨자키 료타와 한국 일렉트로닉의 유행을 주도한 ‘허밍어반스테레오’의 이지린이 22일 홍익대에서 만났다. 한번은 전날인 21일 마포구 홍대클럽 ‘벨벳 바나나’에서 열렸던 ‘재즈트로닉’의 내한공연에서 ‘허밍어반스테레오’가 게스트로 무대에 오르며, 또 한번은 재즈트로닉의 새 앨범 ‘그랑 블루’에서다. ‘허밍어반스테레오’는 이 앨범에서 ‘보야지(Voyage)’라는 곡을 한국어 버전으로 불렀다.
―21일 클럽 공연에 600여 명이 왔다고 들었다. 한국 팬들의 클럽 문화는 좀 다르지 않나.
재즈트로닉(이하 재): 한국에는 5번째다. 4, 5년 전 내한했을 때만 해도 한국 관객은 이런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제 한국도 클럽 문화에 익숙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즐기기보다 함께 열광하는 분위기라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재즈트로닉’의 이번 앨범에 ‘허밍어반스테레오’가 한 곡을 한국어로 불렀다.
허밍어반스테레오(이하 허): 평소 재즈트로닉을 비롯한 일본 가수들의 음악을 많이 듣고 좋아했는데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재: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한국 가수들의 가창력은 대단한 것 같다. 내년에 데뷔 10년이 되는데 한국 가수들과 공동으로 앨범을 기획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한국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이 일종의 유행이 돼버렸다.
재: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으로 영화,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대중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는 얻기 힘들다. 기껏해야 동방신기, 보아 등 아이돌 가수 정도다. 처음 ‘허밍어반스테레오’의 음악을 듣고 ‘아,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이런 음악이 있구나’ 싶어 신기했다.
허: 음악이 액세서리가 되는 시대다. 몇 번 듣고 버리는 현실에서 쉽고 한번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이 살아남는 것 같다. 일렉트로닉은 그런 유행의 흐름을 타는 게 아닐까.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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