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예요?” “20만 원입니다.”
6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넥타이 부대들이 서점 만화 코너에서 만화책을 고르고 있다. 이들이 사는 만화책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신간이 아니다. 대부분 옛날 만화를 다시 발간한 ‘애장판’이다.
‘애장판’ 만화는 연재가 끝나 절판된 과거 인기작을 최대한 고급스럽게 재구성해 다시 발간하는 것. 틀린 번역을 고치고 편집을 바꾼다. 가격도 일반만화의 2∼3배에 이른다. 1980∼1990년대 청소년보호법으로 삭제된 부분을 복원하는 등 작가가 그린 원화를 그대로 살리는 ‘완전판’도 애장판의 일종.
최근 발간돼 만화 마니아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슬램 덩크 프리미엄 박스세트도 애장판 덕분에 과거 인기를 다시 누리고 있다. 24권짜리 한 질을 구입하는데 20만원이 넘는다. 영풍문고 만화담당 김문희 씨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30대 이상이 주 구매층”이라고 말했다. 11월 중순에는 슬램덩크 주인공들의 뒷이야기를 다룬 ‘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 후’도 발행된다. 대원씨아이 성명신 차장은 “애장판은 단순히 예전에 유행했던 만화를 추억상품으로 다시 내는 것이 아니라 과거 작품을 현 시대에 문화적 코드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간된 만화 애장판은 50여 종이 넘는다. 이 중 ‘드래곤 볼’은 51만 부나 팔려나갔고 올 초 발간된 ‘바람의 검심’도 20만 부를 넘기는 등 애장판 중에는 20만 부 이상 넘긴 만화도 많다. 만화책의 경우 보통 3만 부 이상만 팔리면 히트작으로 친다.
만화출판업계는 애장판이 만화책 주 구매층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요즘 10대들의 오락물이 인터넷, 게임 등으로 분산되면서 1980∼90년대 보물섬, 아이큐점프 등 잡지만화를 보며 자란 30대 이상이 만화책의 주 구매층으로 떠오른다는 것. 서울문화사 김현주 팀장은 “한번 보는 식으로 소비하는 만화보다는 소유해야 할 작품으로 여겨지는 만화 시장이 신간 만화 시장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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