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09>述而不作하고 信而好古하니 竊比於我老彭이니라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述而不作(술이부작)의 성어는 바로 이 ‘논어’ 述而편의 첫 장에서 나왔다. 述而편에는 공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한 내용과 공자의 모습, 태도, 행동에 관한 기록이 많다. 모두 37장이며, ‘논어’ 가운데서 명구가 가장 많다.

述(술)은 옛 道를 따라 전하는 일, 作(작)은 새로 만드는 일이다. 述은 길에서 영력을 지닌 짐승으로 진퇴를 점쳐 점에 따르는 일을 가리켰으므로, 따른다는 뜻을 갖는다. 믿을 信(신)의 목적어는 古(고), 즉 옛 道이다. 好古(호고)는 옛 道를 좋아함을 말한다. 문장 처음의 竊(절)은 가만히라는 뜻으로, 화자(주체)의 조심스러운 마음을 드러낸다. 比(비)는 견준다는 뜻이다. 老彭(노팽)은 殷(은)나라의 어진 대부라고 한다. 우리 我(아)자를 붙여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공자는 옛 인격자를 닮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한 듯하다.

‘중용’에 “仲尼(중니, 공자)는 堯(요)·舜(순)을 祖述(조술)하고 文王(문왕)·武王(무왕)을 憲章(헌장)한다”는 말이 있다. 공자는 옛 도를 祖述한다고 했지 敷衍(부연)한다고 하지 않았다. 祖述은 道를 創始(창시)하는 것은 아니되 옛 道를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을 포함한다.

그리고 공자는 ‘논어’ 憲問(헌문)편에서 “옛날 학자들은 자신을 위한 학문을 하였는데 오늘날 학자들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학문을 한다”고 개탄하여, 爲人之學(위인지학)이 아니라 爲己之學(위기지학)을 하라고 촉구했다. 爲己之學은 갇힌 공부가 아니기에, 泰伯(태백)편에서 공자는 “篤信好學(독신호학) 守死善道(수사선도)”를 강조했다. “독실하게 믿으면서 학문을 좋아해야 하고 죽음으로 지키면서 도를 잘 행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현실 속의 실천을 강조한 말로 풀이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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