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34>篤信好學하고 守死善道하며 …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7분


공자는 성인 가운데서도 時中(시중)을 이룬 분이다. 時中이란 시기와 상황에 따라 中道(중도)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논어’ ‘泰伯(태백)’의 이 장(章)에서 공자는 지식인의 현실 대응 자세에 대해 가르침을 드리웠다. 篤信好學(독신호학)은 ‘述而(술이)’에서 말한 信而好古(신이호고)와 통한다. 올바른 이념을 믿고 배우기를 좋아함을 가리킨다. 守死善道(수사선도)는 죽음을 각오하고 이념을 실천하려고 하는 일을 가리킨다. 이 둘은 자주성을 지닌 인간이라면 일생 수행해야 할 과업이다.

그런데 사회적, 정치적 활동은 상황을 파악해서 할 필요가 있다. 危邦(위방)은 망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나라, 亂邦(난방)은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나라를 말한다. 不入(불입)은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不居(불거)는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危가 亂보다 심하고 不入이 不居보다 강하지만 ‘危邦亂邦에는 不入不居한다’는 말을 얽어 쓴 것이므로 따로따로 풀이할 필요가 없다. 이런 짜임을 互文(호문)이라고 한다. 天下有道則見(천하유도즉현)에서 天下有道란 세상에 정의가 행해지는 상황을 말하고 見은 몸을 드러내 활동한다는 뜻이다. 則은 조건과 결과를 잇는 접속사다. 無道則隱(무도즉은)은 앞의 天下 두 글자를 줄였다. 隱은 활동하지 않고 숨는다는 뜻이다.

隱見은 出處(출처)와 같다. 나아가 활동하는 것과 물러나 집에 거처하는 것을 가리킨다. 義理(의리)에 합당한 은현과 출처라야 時中을 얻었다 할 수 있다. 기회주의자의 처세는 침 튀기며 이야기할 것이 못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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