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는 일인칭으로, 吾 이하는 모두 공자의 말이다. 잡을 執(집)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을 뜻한다. 執은 본래 두 손에 형벌의 도구인 칼을 씌운 모습으로 죄인을 붙잡는다는 뜻이었다. 뒤에 잡는다는 뜻이 되고 執行(집행), 執務(집무)의 뜻으로 됐다. 何執은 목적어가 의문사 何이기 때문에 목적어를 앞으로 도치시켰다.
御는 옛 사람이 익힌 六藝(육예) 가운데 하나로, 수레 모는 기술을 말한다. 射도 육예의 하나다. 六藝란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를 말한다. 乎는 의문종결사로 ∼乎, ∼乎의 문장은 이럴까 저럴까 선택을 청하는 어조를 지닌다. 吾執御矣의 矣는 결정의 어조를 나타낸다. ‘나는 말 모는 일을 잡으리라’라는 말은 ‘六藝에서도 가장 간단한 일이나 전문적으로 해 보련다’는 뜻이다. 혹자는, 달항 사람이 공자의 박학을 칭송하자, 공자가 성인은 도덕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어느 하나만으로 훌륭하다고 지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풀이한다. 만일 그렇다면 공자의 겸손함을 찾아볼 수 없다.
말 모는 일이나 전문으로 하겠다는 말은 겸사(謙辭)이기는 하지만, 어디이건 道 없는 곳이 없음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道는 요원한 곳에 있지 않다. 六藝로 대표되는 일상의 기예 속에 道가 들어 있다. 나는 어디서 道를 찾으려 하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