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41>文王旣沒하시니 文不在玆乎아…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0분


文王旣沒하시니 文不在玆乎아 天之將喪斯文也인댄

後死者가 不得與於斯文也어니와

天之未喪斯文也이니 匡人이 其如予何리오

위(衛)나라의 광(匡) 땅 사람이 그를 양호(陽虎)란 인물로 오인해서 핍박했을 때 한 말이다. ‘논어’ ‘자한(子罕)’에 나온다.

文王은 은나라 말의 서백(西伯)으로, 주나라를 일으켰다. 旣沒(기몰)은 이미 돌아가셨다는 뜻이다. 文은 문왕이 만든 예악과 법도다. 斯文(사문)은 본래 ‘이 문화’란 말인데, 훗날 유학, 유교문화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不在玆乎는 나에게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말이다. 언해본은 不在를 ‘불재’로 읽었다. 將은 ‘장차’, 喪은 ‘없애다’이다. 後死者란 문왕보다 뒤에 태어나 나중에 죽을 공자 자신을 가리킨다. 不得은 ‘∼할 수 없다’로, 언해본은 ‘불득’이라고 읽었다. 與는 간여한다는 뜻이다. 其如予何는 予를 如何히 하랴는 말로, ‘나를 어찌 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사기’ ‘공자세가’에 보면 정나라 동문에 홀로 있는 공자를 본 어떤 사람이 자공(子貢)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문의 그분 이마는 요(堯) 임금을 닮고 목은 순(舜) 임금의 사법관 고요(皐陶) 같으며 어깨는 정나라 재상 자산(子産)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허리 아래는 우(禹) 임금에게 세 치 못 미쳤고, 실의한 모습은 집 잃은 개와 같았습니다.” 상가지구(喪家之狗)란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떠돌던 공자의 고통스러운 삶을 상징한다. 하지만 곤궁에 처해서도 공자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논어’를 읽는 일은 그 강인한 인격을 배우는 일이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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