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43>有鄙夫가 問於我하되 空空如也라도…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7분


공자는 스스로 지혜 있는 사람으로 자처하지 않고 오히려 무지하다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가르침을 청하는 사람들을 결코 물리치지 않았다. 그 가르침의 방법을 공자는 ‘논어’ ‘자한(子罕)’편의 이 章에서 들려준다.

鄙夫(비부)는 견식이 없어 固陋(고루)한 사람이다. 問於我는 나에게 묻는다는 뜻이다. 空空은 물으러 온 사람이 지식이 전혀 없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단, 옛 텍스트에 (강,공)(강,공)(공공)으로 되어 있어서, 가르치는 사람이 성실하고 우직한 태도를 짓는다는 뜻일 수도 있다. 정약용은 공자가 스스로 지식이 없다고 밝힌 말로 풀이했다. 如는 동사나 형용사의 뒤에서 ∼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두드릴 叩(고)를 주자(주희)는 發動(발동)으로 풀었으나 정약용은 稽考(계고)로 풀었다. 兩端(양단)은 終始(종시), 本末(본말), 上下(상하), 精粗(정조)를 말한다. 竭(갈)은 다한다는 뜻이다. 叩其兩端而竭이란 질문의 구석구석까지 따져 전부 드러낸다는 말이다.

정약용은 이 章에 대해, 공자가 스스로의 공부에 대해 말했다고 보았다. 그 해석에 따르면, 어떤 사람의 질문이 있으면 나는 그것을 계기로 사물의 이치와 본말을 고찰해서 모두 알려주었기 때문에 차츰 지혜롭게 되었다고 공자가 말한 것이 된다. 하지만 주희는, 아무리 고루한 사람이 물어 와도 성실하게 대해서 남김없이 알려준다고 말한 내용이라고 풀이했다. 안연(顔淵)이 “선생님께서는 차근차근 사람을 잘 인도하신다(夫子循循然善誘人)”고 술회한 것을 보면, 이 章은 가르침의 방법에 대해 말한 것인 듯하다. 안정복도 그렇게 풀이했다. 어찌 하면 무익한 빈말로 남에게 뽐내지 않고 차근차근 가르칠 수 있을까? 교직에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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