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51>譬如爲山에 未成一簣하여…

  • 입력 2009년 5월 4일 04시 12분


‘상서’ 즉 ‘서경’의 ‘旅獒(여오)’편에 보면 주나라 소공(召公)이 무왕(武王)에게 “소절(小節)을 삼가지 않으면 커다란 덕에 누를 끼쳐, 아홉 길의 산을 만드는 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공이 무너지는 것과 같이 된다”고 했다. 그 ‘功虧一궤(공휴일궤)’의 뜻이 ‘논어’ ‘子罕(자한)’편의 이 章과 통한다.

譬如는 비유하자면 ∼과 같다는 말이다. 爲山의 爲는 만든다는 뜻이다. 궤(궤)는 삼태기다. 未成一궤는 한 삼태기의 흙을 미처 붓지 않는다는 말이다. 止는 발자국의 형상인데, 발에 힘을 주어 발자국을 내는 데서 멈추다, 그치다의 뜻을 지니게 됐다. 吾止也는 다른 사람이 그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내가 멈추어 그치는 일이라는 뜻이다. 平地는 동사와 빈어(목적어)로 이루어져 땅을 평평하게 한다는 뜻이다. 覆은 ‘복’과 ‘부’의 두 음이 있는데, 여기서는 엎을 ‘복’이다. 進은 본래 새 추(추)로 점을 쳐서 군대의 진퇴를 결정한 데서 나아간다는 뜻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吾往은 내가 쉬지 않고 나아간다는 말이다.

‘荀子(순자)’에도 “不積Y步(부적규보)면 無以至千里(무이지천리)요 不積小流(부적소류)면 無以成江河(무이성강하)니라”라고 했다. “반걸음이 쌓이지 않으면 천 리에 이를 수 없고 실개천이 모이지 않으면 큰 강을 이룰 수 없다”이다. 모든 것은 나로 말미암지 남으로부터 말미암지 않는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무한한 자율 앞에서 나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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