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유명한 대학들은 대부분 중세시대에 탄생했습니다. 대학 때문에 도시가 형성됐고 지금도 인구 20만∼30만 명의 세계적인 대학도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대구와 경북 지역 대학에서 유일하게 ‘서양중세철학’을 전공한 신창석 대구가톨릭대 교수(철학과·52·사진)가 최근 한국중세철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신 회장은 3일 “중세를 ‘암흑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며 “오히려 가장 진지하게 인간과 세계를 성찰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서양의 중세는 6세기부터 16세기까지 대략 1000년 동안 이어진 시대를 가리킨다.
광주가톨릭대를 졸업하고 경북대 대학원과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공부한 그는 1995년 대구가톨릭대에 부임했다. 중세철학을 전공하고 교수로 부임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드물어 현재 서울가톨릭대와 연세대, 서강대 등에만 있다는 것. 서울대도 올해 3월 중세철학 전공자를 교수로 채용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현대 사회는 가치들이 다양하지만 그 뒷면에는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며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서양의 역사와 문화, 학문을 피상적으로 받아들인 탓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에 부닥치면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며 “한국 사회가 서양문화와 뗄 수 없는 관계라면 중세에서 길을 찾는 것도 지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학과 지역’에 대해서는 중세의 모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생긴 곳에 자연스럽게 작은 도시가 형성돼 명실상부한 대학도시로서의 기능을 오랫동안 이어오는 데 비해 한국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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