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姓足, 君孰與不足’의 문장은 조건과 결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君孰與不足에서 孰은 누구 誰(수)와 같다. 이 구는 ‘누구와 더불어 부족하겠는가’라고 말하여 결코 부족하지 않으리라는 뜻을 나타낸 反語法의 표현이다. 아래의 君孰與不足도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겠는가’라고 말하여 결코 풍족할 수 없으리라는 뜻을 거꾸로 나타냈다.
공자는 仁政과 德治를 중시했지만 물질적 토대를 무시하지 않았다. 백성의 경제력을 토대로 國費를 충당해야 한다는 실질 경제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 관점이 제자 유약에 의해 구체적인 언설로 나타났다. 정약용은, 유약이 ‘군주 혼자 부족하겠으며 군주 혼자 풍족하겠느냐’고 말한 것은 당시 魯나라에서 세 대부가 세금을 착취해서 公室의 비용이 부족한 현상을 염두에 두면서 徹法을 통해 그 모순을 혁파할 수 있다는 뜻을 온건하게 드러냈다고 봤다. 大經大法(대경대법)만 강조하다 보면 실질 내용을 갖추기 어렵다. 어느 때든 迂闊(우활)한 논리보다도 현실 대응의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 법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