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는 이 章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했다. “공자는 ‘송사를 처리함은 나도 남과 같겠으나 반드시 송사함이 없게 하리라’ 하였다. 진실 없는 자가 허탄한 송사를 일으킬 수 없게 하여 백성의 마음을 크게 두렵게 하니, 이를 일러 근본을 안다고 한다.” 爲政者(위정자)가 修身과 德治를 통해서 無實의 송사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여 大畏民志(대외민지)의 효과를 얻는 것을 두고 知本(지본)이라고 했다.
그런데 중국 삼국시대 魏(위)나라의 王弼(왕필)은 이 구절이 謀始(모시), 곧 일의 처음을 잘 도모하는 일을 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왕필은 謀始란 제도를 마련하는 일을 뜻하고, 이 경우는 덕망 있는 사람이 계약 문서나 서류 등의 문건을 잘 관장해서 송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자는 行政(행정)과 法務(법무)보다 修身과 德治를 통한 敎化를 우선시했으므로, 왕필의 해설이 옳은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의 행정과 법무에서는 위정자의 修身만 강조할 수가 없다. 제도를 정비하는 謀始의 면도 중시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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