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정책이 선택적 개입주의로 전환되면서 한반도 주변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양자 동맹 체제를 ‘범세계적 포괄 동맹’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안병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교수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갈림길에 선 한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2009 한국정치세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안 교수는 ‘냉전 후 미국 대전략(grand strategy)의 변화 추세와 한반도의 미래’라는 기조발표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세계 전략이 범세계적 패권주의에서 선택적 개입주의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이 역외 균형자 전략을 택하게 되면 미국에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북한의 붕괴 등 급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및 세계 국가들과 포괄적인 협력 체제를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때 중국과 기타 열강의 불필요한 개입을 막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등과 양자간 혹은 다자간 전략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과는 ‘예비 계획’도 공동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전쟁억지력 위주의 한미 양자동맹 체제로는 핵무기로 동아시아 및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범세계적 포괄 동맹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진화하는 동북아의 정치경제와 한국(스티브 챈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 △삼중변환의 시대와 사고의 전환: 기본으로의 회귀(김병국 고려대 교수) △한국정치에 있어서 ‘문화지체’의 신화(김경동 KDI 초빙교수) △북미에서 한국과 한국종교에 대한 연구: 현황과 전망(로버트 버스웰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다양한 주제의 기조발표문이 나왔다. 이 대회는 22일까지 열리며 해외학자 100여 명을 포함해 500여 명이 참여해 한국 정치와 외교를 진단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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