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18>名不正則言不順하고 言不順則事不成하고…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3분


‘논어’ ‘子路(자로)’편에서 공자가 제자 子路에게 正名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다. 공자는 名과 言, 言과 事, 事와 禮樂, 禮樂과 刑罰의 관계를 연쇄적으로 설명했다.

名不正則言不順은 ‘∼하면 則 ∼하다’의 짜임으로 논리적 인과를 설명하는 어법이다. 언해본은 則의 앞뒤에 현토하지 않았다. 또 조건문과 결과문의 주어가 짧으면 주격조사를 넣지 않고 주어가 복합어이면 주격조사의 토를 넣었다. ‘名不正則言不順하고’와 ‘禮樂이 不興則刑罰이 不中하고’를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言不順은 명칭과 실질이 일치하지 않아서 말하는 내용이 도리에 맞지 않음을 말한다. 禮樂不興은 禮와 樂이 흥기하지 않아서 공동체의 질서와 조화가 깨지는 것을 말한다. 刑罰不中은 형벌이 형평성을 잃어 中正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無所措手足은 형벌이 공평하지 못해서 걸핏하면 형벌을 당하므로 손과 발을 뻗어 둘 곳이 없다는 뜻이다.

金時習(김시습)은 이 章을 근거로 ‘명분론’을 작성했다. 그는 신분 명칭을 名, 신분계급의 尊卑(존비)와 貴賤(귀천)을 分이라고 규정했다. 사회구성체를 규율하고자 했던 유학의 논리를 반복한 것이되, 실은 세조의 찬탈로 가치관과 사회구성체가 혼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뜻을 담은 것이다. 김시습은 다른 글에서, 暴政(폭정)을 타도한다는 명분으로 무력 혁명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오늘날의 정명 사상은 신분계급의 고착화를 획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각자의 평등한 역할을 강조하는 논리로 재해석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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