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후퇴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려대 임혁백 교수)
“후퇴라기보다는 만성적 저발전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이다.”(한국교원대 김주성 교수)
한국 민주주의 후퇴론을 두고 좌우 진영의 두 학자가 계간 ‘시대정신’ 2009년 가을호에서 각기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진보진영의 입장에 선 임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어디에 와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두 번의 정권교체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국회의원 경선제 포기와 낮은 투표율 등 민주주의 후퇴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정당정치의 후퇴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그는 “2008년 4·9 총선에서 경선제가 자취를 감추었다”며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에서도 후보 경선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낮은 투표율로 인한 참여의 위기도 민주주의 후퇴 요인으로 제시했다. 투표율 50% 이하의 선거에서 대표가 선출된다면 위임의 위기 또는 정통성의 위기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진영의 입장에 선 김 교수는 ‘공론민주주의 가능성’이라는 논문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기보다는 저발전 상황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만약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면 이전에는 민주주의가 더 발전된 상태여야 하는데 198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은 남남 갈등에 빠져 있고, 국회에서는 극한 대결과 위법사태가 넘쳐나는 등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문제는 정치권과 지성계가 당파적으로 갈라져 있고 시민사회가 너무나 쉽게 달아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몸의 정치보다는 말의 정치, 행동의 정치보다는 공론의 정치를 앞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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