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憲問(헌문)’의 첫 章이다. 맨 앞의 두 글자를 따서 전체 편의 이름을 憲問이라 했다. 原憲은 공자의 제자로, 벼슬에 나가면 지조를 버리는 일이 될지 모른다고 여겼으므로, 공자에게 부끄러움에 대해 물은 듯하다. ‘사기’에도 이 구절이 나오는데, 漢나라 고조의 이름을 피하여 邦 대신 國자를 사용했다. 有道는 道德과 正義가 지켜지는 것을 말한다. 穀은 祿俸(녹봉)인데, 여기서는 동사로 풀이한다.
공자의 대답은 세 가지로 달리 풀이할 수 있다. 우선 번역문은 조선시대에 통용된 주희(주자)의 설을 따랐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당나라 孔穎達(공영달)은 ‘나라에 도가 있으면 녹봉을 받는다’로 일단 끊고 ‘나라에 도가 없거늘 녹봉을 받는다면 부끄러운 일이다’로 이었다. 공자가 ‘泰伯(태백)’에서 “나라에 도가 있거늘 가난하면서도 미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한 말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한편 정약용은 “나라에 도가 있거나 없거나 어찌됐든 녹봉 받아먹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다”로 풀이했다. 節義(절의)를 지키는 군자는 治世(치세)와는 부합하지만 亂世(난세)와는 어긋나기 마련인데, 치세든 난세든 벼슬을 산다면 군자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본 것이다. 세 가지 풀이가 모두 일리 있다.
정치가가 강직하지 못하고 어벌쩡하게 구는 것을 ‘胡廣(호광)의 中庸(중용)’이라 한다. 호광은 後漢 때 여섯 황제를 섬긴 재상인데, 정치 현안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는 했다. 정치가로서 직분을 망각하고 ‘호광의 중용’을 지킨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