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71>子曰, 然하다 有是言也니라 不曰堅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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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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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진다. 晉(진)나라 大夫 趙簡子의 가신인 佛@(필힐)이 반란을 일으키고 공자를 부르자 공자가 가려고 했다. 이때 子路가 반대하면서 공자가 ‘不善을 행하는 자의 黨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가르쳤던 말을 외웠다. 공자는 자신이 이전에 그러한 말을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有是言也는 그런 말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말은 수행하는 사람을 위한 가르침이었다. 덕을 온전히 갖춘 군자는 不善人 속에 던져지더라도 그들에게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善導할 수 있다.

공자는 속담을 인용하여 새로운 가르침을 전했다. 진정으로 단단한 것을 말할 때 아무리 갈아도 얇아지지 않는다고 하고, 진정으로 흰 것을 말할 때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고 한다는 속담이다. 不曰堅乎와 不曰白乎는 반어법이다. (린,인)(린)은 조금씩 닳아 얇아짐이다. 涅(날)은 물속에 있는 검은 흙인데 검게 물들임이다. 緇(치)는 검은색인데 검게 물든다는 말이다.

조선 후기의 吳載純(오재순)은 40년간 사용한 石友, 곧 벼루에 銘을 새겨 벼루의 ‘갈아도 얇아지지 않는’ 미덕을 찬양하면서 堅貞(견정)을 고수하는 정신경계를 표명했다. ‘갈아도 닳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공자의 말에서 차용해 왔다. 그의 아들은 그 글을 벼루에 새겨 부친의 관 오른편에 함께 매장해서 부친의 自撰墓誌(자찬묘지)로 삼았다.

갈아도 얇아지지 않고 검게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는 덕이 군자의 이상이다. 不善人을 멀리 해야겠지만 不善人의 사이에 들어가더라도 그들을 善導할 수 있는 적극적 실천가가 군자인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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