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은하문화학교 ‘페르시아 및 이슬람 문화의 이해’의 주제는 ‘이란과 중앙아시아의 문화 읽기’.
강사로 나선 신규섭 명지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페르시아 전통의 세시풍속인 신년제(新年祭) 노루즈(No Ruz)를 통해 이란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페르시아 문화를 소개했다.
신 교수는 “페르시아어로 ‘노’는 ‘새로운’을 뜻하고 ‘루즈’는 ‘날’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낮과 밤의 길이 같은 춘분(3월 21일)에 해당한다. 페르시아인들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는 날을 신년으로 기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봄이 선(善)이고 겨울은 악(惡)을 뜻한다는 페르시아 문화의 이원론이 투영돼 있다.
페르시아 문화권에서 노루즈가 제례 의식으로 본격 정착된 때는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조로아스터가 출현한 기원전 7세기 이후. 신 교수는 “이란인들은 이둘 아드하(Idul Adha·메카 성지순례를 기념하는 축제) 등 이슬람 명절보다 노루즈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노루즈를 앞두고 이란인들은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가족들이 함께 집에 있다가 노루즈가 되면 집안의 어른을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존경의 표시로 입맞춤을 한다. 각양각색의 음식을 차려 마을마다 잔치가 벌어진다. 현대에도 대가족 제도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는 이란과 중앙아시아 사회에서 노루즈는 가족들의 끈끈한 유대를 확인하는 날이다.
명절 상에는 사과(Sib), 마늘(Sir), 식초(Serke) 등 ‘S’자로 시작하는 음식 일곱 가지를 골라 올린다. 페르시아 문화권에서는 이를 ‘하프트 신(Haft Sin)’이라 부른다. ‘하프트’는 숫자 7, ‘신’은 영어 ‘S’를 뜻하는 페르시아어다. ‘S’자와 7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신 교수는 “조로아스터교에서 ‘죽지 않고 성스러운 것’을 뜻하는 말이 ‘아메샤 세판드’이고 ‘S’는 성스러움을 뜻하는 ‘세판드’의 첫 글자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7은 조로아스터교의 최고 신 아후라 마즈다와 여섯 천사를 합친 것.
이란인들은 새해가 되기 전 마지막 화요일 밤에 불을 뛰어넘는 행사를 벌인다. 이 행사의 기원도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르시아 세시 풍속은 여전히 조로아스터교의 영향권 아래 있는 셈이다. 신 교수는 “이슬람 축제는 최근 한국에도 어느 정도 알려졌으나 페르시아 전통 명절과 풍습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며 “페르시아의 고유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일반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02-793-2080,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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