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은 오리엔트(서아시아)의 고대 문명이 유럽 문화의 뿌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인색합니다. 이런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세계 문명의 진정한 역사를 바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토요 강좌에서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페르시아 고대 문명과 역사를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이 교수는 먼저 페르시아 문명이 발원한 오리엔트(서아시아)는 세계 문명의 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리엔트 문명은 1만 년 전 이미 곡식 재배, 동물 사육이라는 혁명적 삶의 변화를 시작했고 이를 유럽과 주변 세계에 전했다.
오리엔트 문명에는 페르시아, 수메르, 히타이트, 아시리아, 헤브라이, 바빌로니아, 페니키아 등 수많은 고대국가가 포함된다. 오리엔트 문명은 크레타 문명에 영향을 줬고 크레타 문명은 그리스 문명의 바탕이 됐다. 그리스 문명의 바탕 위에 로마가 세워졌다.
페르시아 제국이 번성했던 이란은 인류의 조상이 살았던 곳이다. 이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인류의 조상이 이란 카스피 해 남부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갔다는 것이 현 세계 고고학계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조로아스터교 경전인 아베스타에 따르면 고대 이란에는 최소 12개 이상의 왕조가 번성했고 각 왕조는 평균 2000년 이상 유지될 정도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기원전 4000년 후반∼기원전 3000년 초반 엘람인들이 이란 서남쪽의 고원지대인 수사에서 번성했고 기원전 2000년대에는 이란 지역의 종족이 메디아인, 파르티아인, 페르시아인으로 분화됐다.
페르시아라는 이름의 기원에는 여러 학설이 있다. 이란 학자들은 이란 서북부 우르미아 호수 서쪽의 파르수아에서 남쪽 고원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페르시아인이라 불렀다고 말한다. 페르시아 만 동쪽 해안의 서남부 지역 중 하나인 파르스라는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이 교수는 “페르시아인들은 한 번도 나라 이름으로 페르시아를 쓰지 않았다. 오로지 언어 이름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페르시아 제국의 전성기인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 페르세폴리스도 소개했다. 고도 1500m의 황량한 평원에 수많은 열주와 초석, 성벽 계단, 궁전 등이 펼쳐진 모습은 일대 장관이다. 대표적인 건축물은 왕들의 대접견장이었던 아파다나 궁. 조공을 바치러 온 수많은 외국 사신이 페르시아 왕 앞에 일렬로 늘어서 진상품을 가득 들고 기다리는 조각은 보는 이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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