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가야 동물토기, 이란그릇 특징 뚜렷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토요 강좌의 주제는 ‘페르시아와 실크로드 미술’.
이날 강사로 나선 권영필 상지대 초빙교수는 실크로드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간 페르시아 미술품의 양식과 특징을 소개했다.
이란 길란 지방 등에서 출토된 페르시아 형상(形像) 토기(기원전 1000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토기로 형상화된 동물의 등 위에 부착된 굴뚝 모양의 주둥이. 두세 개의 토기를 연결한 ‘쌍둥이 또는 세쌍둥이 그릇’의 조형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권 교수는 “이런 특징이 신라와 가야 토기에서도 발견된다”며 “실크로드 미술 문화의 특성을 실감하게 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란 서부 루리스탄 지방에서 출토된 청동기를 일컫는 ‘루리스탄 청동기’의 투각(透刻) 기술 역시 유목 민족인 스키타이와 흉노의 공예 기법으로 이어졌다.
페르시아 제국의 절정기였던 아케메네스 왕조(기원전 559년∼기원전 330년)는 정복지에서 받아들인 전통 미술과 고대 그리스 미술을 융합해 고대 오리엔트 미술을 완성했다. 아케메네스 왕조의 미술은 아시리아, 메디아, 바빌로니아, 엘람 등 이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흥망성쇠를 거듭했던 왕국들의 광범한 영향을 받았다.
세계로 뻗어간 아케메네스 왕조의 대표 미술 양식 가운데 하나는 독수리 머리에 사자 몸을 지닌 상상의 동물 그리핀.
권 교수는 “그리스, 흑해 연안에서 출토된 그리핀이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 페르세폴리스에서도 발견됐으며 이와 유사한 작품이 중국 서북쪽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심지어 낙랑 고분에서도 발견돼 폭넓은 동서 교류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동물이 싸우는 모습을 표현한 도상(圖上)은 스키타이에서 유행한 양식인데 권 교수는 이 도상의 원천도 페르시아라고 말했다. 아케메네스 왕조 수도 페르세폴리스 계단 부조의 사자가 소를 공격하는 모습이 그 예다. 이런 도상은 스키타이를 거쳐 흉노, 중국 북쪽 지방까지 이어진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아케메네스 왕조를 멸망시킨 뒤 기원전 226년 아케메네스 왕조의 정통 후계자를 자처하며 등장한 파르티아 제국의 미술 중 실크로드로 전파된 대표적 양식은 말을 탄 병사가 달리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활을 쏘는 파르티아식 기사(騎射)법. 고구려 고분 무용총의 ‘수렵도’에서도 이 같은 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마 유리(Roman Glass)의 대량 제작도 파르티아 왕조에서 시작됐다.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 문명 교류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미술품인 유리의 최전성기는 224년 등장한 사산왕조 페르시아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수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일요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월요일 휴관.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02-793-2080, www.persia2008.com
<끝>윤완준기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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