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약탈, 기후변화, 개발과 도시화, 빈곤으로 인한 관리소홀과 방치…. 인류의 세계유산 상당수는 각국의 보존 노력에도 끊임없는 파괴 및 훼손 위협에 노출돼 있다. 유네스코가 선정하고 관리하는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World Heritage in danger)’은 지난해 31개에서 올해 34개로 되레 늘어났다.
프란체스코 반다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소장(사진)은 이에 대해 “세계유산의 보존, 복구 작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제3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총회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유산을 보호하려 하지만 여전히 위험에 처한 것이 많다. 이를 막으려는 유네스코의 활동이 때로 무기력해 보일 때도 있다.
“세계유산센터가 ‘지구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노(No)’다.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와 국가가 유산의 보존작업에 나서도록 설득, 촉구하고 있다. 우리 시스템은 여전히 강력하고 효과가 있다.”
―최근 눈에 띄게 증가 추세를 보이는 위협요인이 있는지….
“도시화와 개발의 압력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관련 활동이 늘어나다 보니 이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해지는 추세다. 기후변화의 경우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기후변화가 세계 유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를 경감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유산센터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유산실태의 모니터링 및 (문제 해결을 위한) 개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투자와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다. 우리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20년 전에 비해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총회에 1000명 가까운 사람이 모여든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유산 보호에 정치적 요소들이 개입되고 있다. 이에 대한 센터의 견해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경우 이 문제는 주권의 문제다. 코소보 중세유적지의 관할을 둘러싼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갈등, 프레아비히어 사원에 대한 캄보디아와 태국 간 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이 모두 그런 사례다. 올해 특히 논쟁이 많은 분야다. 세계유산총회는 이런 주권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견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주권은 ‘괴물(monster)’ 같은 측면이 있다. 어디에나 개입하는 힘이기 때문에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때로 비합리적이다.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의 경우 작은 아파트 크기도 안 되는 땅을 놓고 서로 싸우고 있지 않은가. 잘못된 이해와 잘못된 정보, 잘못된 관리 등의 총체적 문제가 만들어낸 한 편의 글로벌 드라마다. 정치인들이 끼어들면 (유산)보존 이슈는 없어지고 만다. 불행한 일이다. 사실 우리는 이에 대해 무기력하다. 긴장과 충돌을 완화시키려 노력할 뿐이다.”
―유네스코 리스트에 등재되는 세계유산이 900개를 넘어섰다. 곧 1000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유산의 ‘인플레이션’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에는 몇 개가 있나? (10개라는 대답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나? (아니라고 기자가 답하자) 그것 봐라. 그게 답이다. 유럽 등에 등재 유산이 쏠리는 지역편차의 문제도 지적되는 상황이다. 지금보다 더 많아져도 전혀 문제없다고 본다.”
브라질리아=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이 시리즈 기사는 유네스코의 협조하에 동아일보의 판단과 관점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대한 일반 정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whc.unesco.org)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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