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은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운전 스트레스를 벗어나 열차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열차에 내 몸을 맡기고 아무데서나 내려도 좋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새로운 음식까지 맛본다면 금상첨화다. 동아일보는 ‘열차 여행으로 만나는 신토불이 음식’을 10회에 걸쳐 소개한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6개 관광열차와 4월 개통하는 KTX 호남선 주요 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이야기다. 》
정선아리랑열차는 ‘A-train’이라 부른다. 아리랑(Arirang)의 ‘A’자를 땄다. 수도권(청량리역)이나 대전권(제천역에서 환승)에서 열차를 타고 강원도 굽이굽이 산골짜기를 온 몸으로 느끼는 힐링 열차다.
매일 오전 8시 20분(화 수요일 제외) 청량리역을 출발해 서원주∼제천∼민둥산∼정선∼아우라지역에 도착한 뒤 오후 9시 반 청량리역으로 되돌아온다.
아리랑열차의 외양은 알록달록하다. 4개 객차 200석으로 열차 안은 노랑 빨강 파랑 좌석으로 꾸며져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빠지지 않고 감상하도록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해 넓은 창을 달았다. 앉아서 하늘을 볼 수 있을 정도다. 1호차와 4호차 전망 칸은 3면(面)이 유리창이다. 나비넥타이를 맨 남성 승무원과 개량한복을 입은 여성 승무원들의 기타 연주, 난타공연도 이색적이다. 열차여행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삶은 계란과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있다.
3시간 반쯤 달려 강원 선평역에 잠시 정차하면 플랫폼에는 반짝 시장이 열린다. 한 잔에 1000원 하는 강원도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낮 12시 반, 종착지인 아우라지역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미각기행을 즐길 수 있다.
역 바로 앞에 조성된 아우라지 ‘주례(酒禮)마을’은 미니 정선 5일장이다. 선조들의 올바른 음주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술 예절 교육장이다. 이곳에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오는 여관 겸 식당인 옥산장까지는 걸어서 10분쯤. 감자붕생이와의 만남이 있는 곳이다.
옥산장 전옥매 할머니의 며느리 이언숙 씨는 “붕생이는 아마 으깬 감자 모양이 몽실몽실해서 ‘붕실붕실하다’고 발음하다 보니 나온 말인 것 같다”고 했다. 감자붕생이는 감자를 갈아 나온 녹말가루를 물과 소금 설탕을 넣어 익반죽을 한 뒤 수제비처럼 떼어내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익은 감자를 잘게 으깨 서로 섞어주면 감자붕생이가 탄생한다. 정성스러운 정선 음식이다. 맛은 달착지근하고 식감은 부드럽다. 속도 든든하다.
정선 5일장은 2, 7자로 끝나는 날에 서지만 장날이 아니어도 상설시장이 있다. 정선의 대표적 먹을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강원도 첩첩산중에서 자라는 나물이다. 그중에서도 곤드레 밥은 정선을 방문한 ‘열 명이면 열 명’이 다 찾는 음식이다. 도시에서 맛볼 수 있는 곤드레는 말린 나물을 불려서 밥을 짓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나는 곤드레는 말린 나물이 아닌 냉동이어서 부드럽고 향도 밥에 깊게 배어 있다.
돌솥에 갓 지어낸 밥을 집된장이나 양념간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입안에 나물 밭을 옮겨 놓은 듯하다. 정선에 있는 식당은 대개 곤드레밥이 주메뉴다. 여행을 간 김에 말린 곤드레나물 90g짜리(6300원) 하나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하면 네 식구가 서너 끼는 해결할 수 있다.
‘콧등치기국수’와 ‘올챙이국수’도 강원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음식이다. 메밀로 만든 콧등치기는 면발이 억세서 먹을 때 면발이 콧등을 친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멸치육수에 담아낸 메밀의 담백한 맛이 다이어트에 좋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올챙이국수는 끈기가 없고 맛도 심심해 양념맛으로 만족해야 한다.
수리취로 만든 수리취떡도 정선 쪽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건강식이다.
정선아리랑열차는 화 수요일에는 운행하지 않지만 정선장날이 끼어있으면 그때 운행한다. 왕복 요금이 4만8000원(어른 기준)이다. 세부 프로그램으로는 △1코스(정선 레일바이크, 옥산장 중식, 풍경열차, 아리랑 전수관) △2코스(정선 5일장, 아리랑창극공연, 스카이워크, 화암동굴) △3코스 상품(아라리촌 체험, 정선장터)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레츠코레일 홈페이지(www.letskorai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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