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불평등-테러리즘, 인류미래 좌우할 키워드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4일 03시 00분


[글로벌 파워라이터, 2016년을 말하다]<1> 세계적 화제작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하는 세상이다. 세계적인 화제작을 쓴 저자들은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까? 동아일보가 글로벌 파워 라이터들에게 이런 화두를 던졌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 일본의 비판적 지성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총, 균, 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 ‘노동의 종말’ 등 종말 시리즈를 쓴 제러미 리프킨 등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40억 년 전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한 이래 유기체라는 한계에 묶여 있었다면 다가올 미래에는 인간이 과학이란 지적설계를 통해 ‘비유기적’ 생명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사 제공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40억 년 전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한 이래 유기체라는 한계에 묶여 있었다면 다가올 미래에는 인간이 과학이란 지적설계를 통해 ‘비유기적’ 생명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사 제공
“향후 10년이란 관점에서 보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생명공학기술이 근본적인 방법으로 인간을 바꾸기 시작할 겁니다.”

글로벌 화제작 ‘사피엔스(Sapiens·김영사)’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40)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16년을 이렇게 조망했다. 새해를 맞아 인류의 미래를 탐구해 온 그와 인터뷰를 시도한 지 근 한 달 만에 돌아온 답변이었다. 그는 “60일간 인도로 명상수행을 떠났다가 최근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피엔스’는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진단한 책으로 지난해 30개 언어로 번역됐다.

하라리 교수의 대답은 그가 저서와 강연을 통해 “200년 뒤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고 밝혀온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예요. 미래를 생각할 때 레이저총, 광속우주선을 떠올리지만, 미래기술의 혁명적인 잠재력은 인간의 몸과 마음, 즉 호모 사피엔스 자체를 변화시키는 겁니다. 미래의 인간은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로 수명을 무한대로 연장하고 생명체를 디자인할 거예요.”

이와 관련해 그는 2016년 이후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로 ‘인공지능(AI)’ ‘불평등’ ‘테러리즘’을 꼽았다.

“영화처럼 인공지능이 핵 공격으로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능성이 더 높은 위험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컴퓨터가 인간의 의식까지 대체할 가능성은 낮죠. 하지만 무인자동차, 의사로봇의 지능 때문에 운전사와 의사 수백만 명이 직업을 잃게 되죠. 경제적으로 쓸모없어진 수많은 인간은 어떻게 될까요? 21세기의 가장 큰 문제가 될 겁니다.”

그는 부의 불균형과 이로 인한 의학적 혜택의 불평등 심화도 향후 세계를 움직일 화두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불평등이 생물학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겁니다. 상류층은 나머지 인류보다 부유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재능과 아름다움을 갖추겠죠. 그간 건강한 노동자가 필요해 의학이 대중을 치료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지만, 21세기에는 대중보다는 소수 능력자들을 중시할 겁니다.”

그는 테러리즘에 대한 인류의 대처 방식이 미래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부분 지역은 전쟁에서 자유로워요. 그래도 사람들은 점점 더 테러리즘을 두려워하죠. 테러리스트는 도자기 가게를 파괴하려는 파리와 같아요. 파리는 힘이 약해 찻잔 하나조차도 옮길 수 없죠. 그래서 파리는 황소 귓속에 들어가 윙윙거립니다. 황소가 두려움에 날뛰게 되면 가게는 엉망이 되죠. 지난 10년간 중동에서 일어난 일들이에요. 테러리즘에 대한 과잉대응이 세계 평화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겁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미래는 불평등과 테러로 점철된 ‘디스토피아’ 같다. 높은 자살률과 양극화로 ‘헬조선’이란 말까지 유행하는 한국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 자본주의 사회가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어요. 자본주의로 성장을 만끽했지만, 세계가 더 행복한 곳이 된 것은 아닙니다. 성장에 대한 자본주의의 집착을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그는 ‘그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묻자 “인간은 힘을 얻는 것에는 능하지만, 그 힘을 행복으로 바꾸는 데에는 뛰어나지 않다”며 부정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인간은 무엇을 이뤄도 만족할 줄 모르고 갈망이 더 커지는 존재입니다. 향후 새로운 발전이 이런 인간의 패턴을 바꿀지는 의심스러워요.”

‘다 잘될 거야’란 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뢰가 갔다. 올해 4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그는 “한국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인류의 장기적 미래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한국은 새로운 기술과 조직들이 어떻게 인류 사회의 구조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수 있는 ‘최고의 실험실’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자녀 수의 급감 현상은 점차 세계로 퍼져 인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죠.”

유발 하라리 교수는 자필 사인과 ‘모든 것은 변한다(Everything Changes)’는 메시지를 답변과 함께 보내왔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자필 사인과 ‘모든 것은 변한다(Everything Changes)’는 메시지를 답변과 함께 보내왔다.
그는 “인간과 신의 결합을 뜻하는 ‘호모데우스(Homodeus)’란 제목의 책을 준비 중”이라며 인류의 미래를 고찰하는 작업을 계속할 뜻도 밝혔다. “네안데르탈인이 오늘날 사회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오늘날의 인간도 미래 인류를 쉽게 이해할 수는 없겠죠. 4월 한국에서 더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유발하라리#하라리#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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