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이 책!]게으름뱅이의 라이프 스타일을 독려하는 지침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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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호지킨슨 ‘언제나 일요일처럼’

딱히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게으름뱅이다. 아침에는 좀비처럼 허우적대다 저녁에야 활력을 되찾는다. 이를 부끄러이 여기진 않는다. ‘귀차니즘 솔(soul)’과 ‘잉여 스피릿’이야말로 창조의 동력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일요일처럼’(필로소픽)은 이런 이유로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자 톰 호지킨슨은 이 주제의 적임자다. 그는 마감 시한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잡지 ‘게으름뱅이(The Idler)’의 편집장이다. ‘게을러지는 법’이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우리에게 게으름뱅이의 라이프 스타일을 독려하는 지침서다.

오전 8시∼오후 7시 각 시간대에 맞춰 배열된 장마다 노동 음주 숙취 낮잠 산책 등 일상의 여러 주제를 게으름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해부한다.

이 책의 미덕은 동서를 아우르며 여러 게으른 현자들의 말씀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자 가장 지적인 일이다.” ‘행복한 왕자’의 오스카 와일드의 탁견이다. 유머 문학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쓴 제롬 K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재미가 없다”라면서 “게으름이란 키스와 같아서 돌발적으로 이루어져야 달콤하다”고 피력했다.

호지킨슨은 잉여와 한량의 수호성자 격인 이들의 명언과 일화를 소개하면서 일중독 문화를 논박한다. 온 천하에 게으름의 복음을 전하는 셈이다.

변혁의 근원은 한가로움이다. 잔을 비우지 않는 한 새로 물을 따를 수 없다. 우리 삶에 여백을 만들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 창조와 혁신을 위해서는 열린 대화와 넉넉한 여유가 필요하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세상은 새로운 혁명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거기에 동참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 급변하는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에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근자에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광고는 무위(無爲)에 대한 시대적 요청을 읽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만국의 게으름뱅이여,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자. 아, 그래도 이 책만은 읽자.

이원석 문화연구자
#톰 호지킨슨#언제나 일요일처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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