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생각 없이 첫 책을 쓰고 두 번째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새삼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전문 작가는 어떤 컴퓨터의 무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어디서 쓰면, 몇 시에 작업을 하면 잘되는지…. 돌이켜 보면 유치했지만 당시의 난 진지했다. 글쓰기의 세계에 노하우 같은 게 있다면 빨리 적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작가 친구가 있어서 이런 질문을 실컷 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조언을 듣고 노트북을 사고 프로그램을 깔고 글자 크기를 조정했다. 무슨 운동이 좋은지까지 묻는 ‘진상’ 같은 내게 그는 수영을 추천했다. 고요한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는 수영 교실에 가 보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작가란 무엇인가’(다른·사진)는 뉴욕에서 출간되는 문학잡지 ‘파리 리뷰’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리스트가 황홀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무라카미 하루키 등. 그들을 앉혀 두고 어디서 몇 시간을 작업하는지,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심지어 누구랑 친한지까지 묻는다. 그 덕에 하루키에게 작가 친구가 없다는 것, 맨부커상 수상자인 이언 매큐언은 하루에 600단어를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어지는 깊은 질문에 누구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고 누구는 성실히 답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같았다. 나는 결국 그들이 가진 창작의 우물 속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인터뷰는 오해의 예술이다. 우리는 타인의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인터뷰이가 여기로 오세요 하고 손을 이끌어줘도, 올 수 있으면 와보쇼 하고 팔짱을 끼고 있어도 결국 주위를 맴돌 수밖에 없다. 운이 좋으면 타인의 세계를 살짝 스칠 수 있겠지만 대부분 허공을 가를 것이다.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결국 나의 우물이다.
섬광 같은 아이디어와 천재성으로 글을 완성하는 사람은 이 책에서 단 한 명도 없었다. 각자의 우물을 찾는 것, 바가지를 내리는 것, 빈 바가지를 확인하고 좌절하는 것, 그리고 다시 내리는 것을 반복할 뿐이었다. 위안이 됐다. 내 우물은 비어 있으니 아무것도 뜰 수 없었던 것이 당연했다. 작가 김연수는 서문에서 창작자는 내면에서 불을 태워 그을린 이후를 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누구는 잿더미를 보는 기분으로, 누구는 검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다른 곳에서 같은 막막함으로 창작을 할 것이다.
친구의 마지막 조언은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시간에 자는 사람이었지만 습관을 바꾸어 보았다. 그의 말대로 새벽 4시는 바가지가 잘 내려가는 시간이었다. 2년 정도 들여다보니 물이 차올라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그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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