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거울 보니 내 모습이 낯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창간 95주년][2020 행복원정대/엄마에게 날개를]<2>40대 엄마가 위험하다
엄마-아내-며느리로 달려온 인생… 주름만 하나둘 늘며 정체성 혼란
“정서적 저항력 없는 취약한 세대”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이 낯설게 보이더군요. 어디서도 배우지 못한 엄마 아내 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어요. 그런데 40대가 되고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죠. 아이가 학원 가고 없는 시간에 생각해요. 내가 뭘 하고 싶었더라? 앞으로 난 뭘 하고 살아야 하지? 질풍노도의 40대죠.”(정미경 씨·48·서울 양천구 목동)

여성에게 40대는 신체적 심리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신체적으로는 폐경에 가까워지고, 결혼생활은 권태기에 접어들 때.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48)는 “30대의 젊음도, 50대의 홀가분함도 없는 40대는 힘든 시기”라며 “50대가 되면 몸이 가벼워지고 자녀 대학입시도 끝나 마음을 비우게 되며 남편과는 친구 같은 관계로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중년의 위기는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통과의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40대만의 특수한 어려움이 있다. 40대는 ‘X세대(1968∼1974년 출생)’에 해당한다. 어린 시절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대학에선 정치적 민주화를 경험했으며, 취업 걱정 없이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린 세대다. 이나미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54)은 “한국의 40대는 열심히만 하면 내가 꿈꾸는 대로 된다고 믿고 살았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이것이 착각임을 깨닫게 됐다”며 “정서적으로 저항력이 없는 취약한 세대”라고 했다.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줄어든 중년 여성들은 피부 미용실을 찾고, 헬스클럽 이용권을 끊고, 문화 강좌를 듣는다.(‘중년기 여성 소비자의 자신을 위한 소비에 대한 탐색적 연구’, 소비자정책교육연구 2013년)

이 같은 엄마들의 노력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김종윤 씨는 고려대 석사학위 논문 ‘40대 중년여성의 생활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가족의 건강성에 미치는 영향’(2014년)에서 “수도권 지역 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은 가사, 건강, 직장, 자녀 교육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는 가족의 행복도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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