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1km 줄이면 사망자 4% 줄어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2일 03시 00분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佛교통전문가의 한국에 대한 조언

“교통안전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올바른 언론의 역할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대표적 교통안전 시민단체인 도로폭력반대연대의 샹탈 페리숑 회장(65)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3년 설립된 도로폭력반대연대는 정부 교통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단체로 꼽힌다. 페리숑 회장은 2002년부터 단체를 이끌고 있다.

 페리숑 회장은 자크 시라크 정부의 이야기를 꺼냈다. 2000년만 해도 프랑스는 연간 교통사고로 8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2002년 재선에 성공한 시라크 대통령은 교통안전 개선을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정한다. 2003년 프랑스 정부는 무인단속카메라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음주운전 단속기준(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 두 번만 걸려도 면허가 취소되는 등 강력한 정책을 폈다.

 총리 직속의 교통안전위원회를 만들어 1년에 2번 이상 모든 관련 부처가 모여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시라크 대통령 재임 마지막 해인 2007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절반에 가까운 4620명으로 줄었다. 매년 사망자를 평균 300명 이상 줄인 것이다. 페리숑 회장은 “시라크 정부 당시 매년 열리던 교통안전위원회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들어선 2012년 이후로는 지난해 단 한 번 열렸다”며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전년보다 오히려 2.3% 늘었다”고 꼬집었다.

 유럽 최고의 교통 전문가로 꼽히는 클로드 고 박사(80)는 “교통안전 정책은 국민을 위한 또 다른 복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병리학 의사인 고 박사는 프랑스 정부의 도로안전위원회에 참여한 첫 민간위원이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1명당 발생한 사회적 비용(자동차 수리비 등 기계적 비용 제외)은 약 40억 원에 달한다. 고 박사는 “속도를 1km만 줄여도 교통사고 사망자를 최대 4% 줄일 수 있다”며 “사망자가 줄면 그만큼 국민의 복지 수준도 향상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단속을 알려주는 시스템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 프랑스에선 ‘와즈(waze)’라는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 과속 단속 지점 등을 알려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 박사는 “교통사고로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건 상관없이 자기만 살면 된다는 그릇된 개인주의 사례”라며 “정부가 나서서 이런 시스템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교통사고#속도#사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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