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몰고 스쿨존 人道서 쌩쌩… 안전은 쏙 뺀 ‘드라이브스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5> 우후죽순 매장, 어린이 안전 위협

커피 드라이브스루 매장 나가는 자동차를 피해서… 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드라이브스루 커피전문점에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다. 이곳은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평소 어린이들의 통행이 많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커피 드라이브스루 매장 나가는 자동차를 피해서… 3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드라이브스루 커피전문점에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다. 이곳은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평소 어린이들의 통행이 많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드라이브스루’ 커피전문점 앞. 왕복 4차로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쉴 새 없이 인도를 침범해 매장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마치고 커피를 받은 차량들은 다시 인도를 지나 도로로 진입했다. 이곳에서 약 90m 떨어진 곳에 학생 1000명가량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있는 곳은 엄연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다. 하굣길 어린이들은 매장을 드나드는 차량들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인도를 걸었다. 어린이들은 차량이 갑자기 인도로 올라올 때마다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딸과 집에 가던 학부모 양모 씨(39·여)는 “유일한 등하굣길인데 차량이 수시로 인도를 넘나드는 걸 보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 스쿨존 가리지 않고 난립


이처럼 학교 주변에 들어서는 드라이브스루 매장 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에 따르면 초등학교 스쿨존을 비롯해 통학로에 위치한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전국 98곳(올 2월 기준)에 이른다. 2014년 46곳에서 2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안전 규정은 전무하다. 각 지방 국토관리청이나 기초자치단체에 인도를 차량 통행로로 이용할 수 있게 ‘도로 점용 허가’만 받으면 된다.

본보 취재팀은 3일 서울 시내 드라이브스루 매장 3곳의 실태를 점검했다. 모두 스쿨존 안에 있는 곳이다. 이 매장은 시간당 평균 20대의 차량이 이용한다. 송파구와 서대문구 커피전문점 2곳은 드라이브스루 진·출입로에 반사경과 출차 경보등, 경고 표지가 있었다. 그러나 불빛이 약해 실제 경보등이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경보음도 다른 소음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성인 허리 높이의 ‘보행자 주의’ 입간판은 운전석에서 보기 어려웠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돼 있어 어두워지거나 날씨가 흐리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안전 표지판의 규격으로 눈에 잘 띄는 빨간색과 노란색 위주의 색 배치, 지면으로부터 최소 1m 높이를 규정하고 있다. 현장을 점검한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스쿨존은 보행자와 차량을 분리해 어린이가 걷기 편하도록 한 구역”이라며 “그러나 드라이브스루 매장 때문에 제 기능을 못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왕복 6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 마주 보는 송파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더 열악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알리는 입간판이 있었지만 무릎 정도 높이여서 잘 보이지 않았다. 출차 통로에는 작은 과속방지턱 하나만 있을 뿐 경보등이나 반사경도 없었다. 해당 패스트푸드점 본사가 “진·출입로에 경보등과 반사경,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도록 자체 규정을 마련했다”고 한 설명과 달랐다. 초등학생 박모 양(10)은 “건물에서 갑자기 차가 나올 때가 많아 앞을 지날 때 더 조심한다”고 말했다.

○ 안전 대책, 빨라야 2018년 도입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국민안전처는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관련한 보행자 안전 대책을 반영한 도로법 시행령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행 시기는 빨라야 2018년 상반기다. 지난달 진 의원은 학교 인근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한 안전과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에서는 차량이 도로 합류를 기다리기 위해 인도를 점유한 채 정차하지 않도록 하거나 보도와 차량 동선을 명확히 분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 수가 가장 많은 한국맥도날드(236개) 관계자는 “매장 용지를 마련하고 설계하는 단계부터 보행자 안전을 위한 방안과 설비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이에 따라 주무기관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100개) 측도 “안전 대책을 매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1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유소 진·출입로로 쓰이는 인도에서 차량에 치인 보행자가 숨진 사건에 대해 안전 설비를 갖추지 않은 주유소에 20%의 과실 책임을 물었다. 인도를 점유한 건 주유소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안전 의무까지 묻는다는 취지였다.

진 의원은 “통학로는 차량으로부터 보행자가 보호돼야 하는 곳이지만, 정부와 업계의 무관심으로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법적 안전 기준과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물건을 주문하고 받는 형태.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패스트푸드 매장을 중심으로 시작돼 약국, 편의점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커피와 햄버거 매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 공동기획: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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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드라이브스루#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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