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제3차 교통안전 기본계획’ 발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70% 감축… ‘모든 방향 횡단보도’ 매년 20곳 확대
‘스마트폰+좀비族’ 경고 대책도 추진
앞으로 2021년까지 서울의 모든 간선도로에서 최고 속도가 시속 50km로 제한된다. 단, 자동차 전용도로는 제외다.
큰 사거리에는 모든 방향에서 한꺼번에 건널 수 있는 ‘스크램블 횡단보도’가 설치된다.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을 경고하는 기술 도입도 추진한다
●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으로 줄인다
지난해 서울시 교통사고 사망자(잠정치)는 343명. 인구 10만 명당 약 3.4명이다. 국내 광역시 평균보다 낮지만 교통 선진국의 대도시와는 격차가 크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미국 뉴욕 2.9명, 영국 런던 1.5명, 독일 베를린 1.5명(이상 2014년 기준) 등이다.
서울의 도로 체계는 오래전부터 차량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보행자 안전시설도 크게 부족하고 잘못 설치된 곳도 많다. 서울시가 11일 보행자 안전 중심의 ‘제3차 교통안전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유다. 2021년까지의 서울 지역 교통안전 향상 목표와 구체적인 정책이 담겼다. 목표는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를 2021년 1.8명까지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망 보행자 70% 감축, 택시와 버스 등 사업용 차량 관리 강화, 자전거 및 이륜차 사고 예방, 도로 기능 개선 및 관련 법 개선 등이다.
우선 일부 구간에서 시행 중인 ‘안전 속도 5030’ 사업이 2021년까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다. 최고 운행 속도를 간선도로는 시속 50km, 이면도로는 시속 30km로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북촌지구와 서울지방경찰청 주변에서 시행 중이다. 올해는 남산 소월로 등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차량 통행 속도가 시속 30km일 때 보행자 사고의 치사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마련된다. 운전자에게 시각적으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너지 디자인(Nudge design)’이 도로시설에 도입된다. 너지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거부감 없이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기법이다. 미국 시카고의 레이크쇼어 도로에는 바닥에 거대한 뿔 형태의 그림을 그려놓아 마치 도로에 장애물이 있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모든 방향 횡단보도(스크램블 횡단보도)’는 올해 26곳을 비롯해 매년 20곳씩 늘어난다. 차량 통행을 모두 막고 보행자가 동시에 원하는 방향으로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다. 현재 서울에는 왕복 4차로 규모의 도로에서만 일부 운영 중이다. 일본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에서는 왕복 8차로의 대로(大路)에서 운영할 정도로 보행자 친화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스몸비족’을 줄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보기술(IT) 대책도 추진한다. 사용자의 보행 상태를 파악해 자동으로 경고 문구를 띄우는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 사례 등이 도입 대상이다.
●“강력한 단속과 엄격한 법 적용 있어야 효과”
택시와 버스 등 사업용 차량과 자전거, 이륜차로 인한 사고 대책도 강화된다. 매년 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도 평가지수를 측정해 기준을 초과하는 업체는 감독을 강화한다. 우수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교통안전공단의 사업용 차량 운행기록분석시스템 자료를 활용해 업체별 맞춤형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택시 50대에 차량충돌방지시스템(ADAS)이 시범 장착된다.
안전한 자전거 이용을 위해 자전거도로의 불법 주정차 차량을 집중 단속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공단 등과 주요 교통사고 지점을 수시로 점검하고 도로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한 여러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실제 효과를 얻으려면 강력한 단속과 법 적용, 그리고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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