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0여 곳에 입사지원서를 냈던 이동수 씨(25·삽화). 그는 아직도 탈락 이유를 모른다.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졸업, 학군단(ROTC) 출신, 토익 800점대…. 취업시장에 필요한 요건들은 거의 갖췄지만, 서류 합격률은 5%가 안 됐다.
그가 패인으로 꼽은 건 자기소개서다. 대학 4년, 군대 2년을 평범하게 보낸 그는 자소서 수천 자를 채우기 위해 일부러 봉사활동을 하고 공모전에 나갔다. 자소서가 아니라 만들어진 ‘자소설’이었다. 그는 “기업이 어떤 자소서를 원하는지 기준조차 모르니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참패였다. 몇천 자짜리 자소서를 요구했던 기업들은 단 2, 3줄로 불합격을 통보했다.
어떤 선배는 이 씨에게 “학군단 특별채용 전형을 노려보라”고 말했지만, 다른 선배는 “자기 학교 출신만 끌어주기 때문에 합격을 장담 못 한다”고 조언했다. 누군가는 “토익 900이 안 되니까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채용설명회를 가도 이런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무작정 ‘노오력’만 한다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탈곡기(회사)들은 털어가지만 말고 제발 응답 좀 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번아웃(burn out·탈진)을 느낀 이 씨는 결국 구직 도전 1년 만에 공채를 포기했다. 지금은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신만의 일을 한다. 그는 “기업가로 성공하면 깜깜이 채용 문화부터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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