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10대 ‘카셰어링’ 사고 줄잇는데… 손놓은 당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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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부모 등 어른ID 도용해 손쉽게 빌려… 서비스 이후 2배 가까이 사고 늘어
“추가 신원확인 기술적 어려움”
업체, 문제 지적에도 인증방식 고수… 전문가 “과징금 등 징벌적 규제 필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원룸 주차장에 주차원 카셰어링 차량들. 동아일보DB
서울 서대문구의 한 원룸 주차장에 주차원 카셰어링 차량들. 동아일보DB
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4차로 도로에서 중학생 A 군(15) 등 10대 4명이 탄 승용차가 신호 대기 중인 광역버스를 들이받았다. 시속 70km로 달린 승용차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A 군 등은 다치지 않았다. 버스 운전사와 승객 등 3명이 경상을 입었다. 6일 경찰 조사 결과 운전면허를 딸 수 없는 나이인 A 군이 엄마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카셰어링(차량 대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빌린 뒤 친구들과 한밤 질주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미성년자의 카셰어링 사고였다.

○ 신분 확인 시스템 ‘맹점’ 여전

카셰어링 앱은 가입할 때 한 번만 인증과정을 거치면 이후에는 별도의 인증 절차가 없다. 미성년자가 성인의 아이디를 도용해도 차량을 빌리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카셰어링 시스템의 맹점이다.

올 초부터 동아일보를 비롯해 여러 언론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10대 청소년이 어른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카셰어링 차량을 빌려 무면허 운전을 하다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운전자까지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면허 청소년의 성인 아이디 도용 및 대여, 이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이라는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단순히 엄마 아빠의 아이디를 잠시 가져다 쓰는 차원을 넘어 더 조직적, 집단적으로 카셰어링 서비스의 허점을 활용하기도 한다.

4월 인천에서는 휴대전화 고객 개인정보를 빼돌려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한 10대 9명이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휴대전화 대리점 아르바이트 경력이 있는 B 군(18)은 점주 C 씨(32)의 인터넷 메일함에 보관된 고객정보 수천 건을 이용해 카셰어링 차량을 빌렸다. 이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빌린 차량은 109대. 이들은 차량을 빌린 뒤 이용료를 내지 않거나 교통사고를 낸 뒤 달아났다. 사고를 내 파손된 차량만 20대에 이른다.

그럼에도 카셰어링 업체의 서비스 가입 및 대여 절차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6일 오후 동아일보 취재진은 스마트폰으로 카셰어링 업체 앱을 내려받았다. 이후 이미 인증이 완료된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접속해 차량을 대여했다. 이용 시간을 정하고 지도에서 대여 장소를 지정한 뒤 요금 결제까지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차량 탑승 지점인 서울 서대문구 원룸 주택가로 가서 죄책감 없이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2월 본보 취재진이 시험해 본 대여 과정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10대 무면허 렌터카 사고는 2012년 카셰어링 서비스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한 해 평균 50건 정도였다. 그러나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한 해 평균 86건이나 됐다.

○ “징벌적 규제 나서야 할 때”

카셰어링 업계는 “아이디 도용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10대 일부의 비행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셰어링은 무인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게 차량을 대여하게 고안된 것이 강점인 서비스”라며 “추가 신원확인 작업을 하기에는 비용이나 기술 측면에서 어려움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별도의 단계가 생길수록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비용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했음에도 업계가 효율성만 따지며 자체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외부의 강제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해당 업체에 10대 무면허 사고 발생 시 과징금을 매기는 등 징벌적 규제에 나선다면 업체들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낙문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본부장도 “지금처럼 아무 규제 없이 10대가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은 명백하게 문제”라며 “카셰어링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정부도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규제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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