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골목 등에서의 차량 운행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하는 보행자 안전 대책이 법으로 만들어진다. 국가 차원의 보행안전 종합대책도 수립된다. ‘사람 중심의 안전’이라는 새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보행자 교통안전 정책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8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르면 올 하반기 전국 이면도로를 ‘30구역’으로 지정하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된다. 30구역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주택가와 상가 밀집지역 등의 주변 도로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30구역은 안전처 및 경찰청의 ‘생활권 이면도로 정비지침’으로 운영 중이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위한 5대 제언을 선정했다. 향후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0명 줄이기 위해 ‘이면도로 제한속도 30km’ 등 도심 제한속도 10km 하향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본보 보도 후 경찰청은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추진 중이다. 도시의 간선도로 등 왕복 4차로 이상 도로의 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60km에서 50km로, 왕복 2차로 등 이면도로는 30km로 일괄해 낮추는 정책이다. 국토교통부도 올 2월 발표한 제8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2017∼2021년)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했다. 도로교통법에 30구역 정책이 반영되면 보행자 안전 정책 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가 보행안전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법도 개정된다. 현행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보행안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만 기본계획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돼 있다. 정종제 안전처 안전정책실장은 “현재 보행안전 기본계획을 세워야 하는 161개 지자체 중 58%만 계획을 수립한 상태”라며 “정부 차원에서 기본계획을 만들면 지자체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본 목표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시행규칙으로 들어가 있는 ‘보행자 우선도로’ 규정도 보행안전법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4292명 중 39.9%(1714명)가 보행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사망은 3.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1명의 약 3.5배에 달한다. 안전처에 따르면 충돌 속도가 시속 50km일 때 보행자 치사율은 80%에 달하지만 30km 이하에선 10% 내외로 감소한다. 교통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춘 후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20% 줄었다. 덴마크도 똑같이 제한속도를 하향하고 교통사고 사망자를 24% 줄였다.
안전처는 이날 경찰청 등 유관기관 및 민간 전문가가 참석한 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이달 말 보행안전 종합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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