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양고속도로가 지난달 30일 오후 8시 동홍천∼양양 71.7km 구간이 열리며 완전히 개통됐다. 영동고속도로 이후 42년 만에 수도권과 동해안을 잇는 새 고속도로가 완공된 것이다. 서울∼춘천 구간은 민자(民資) 도로이고, 춘천∼양양 구간은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했다. 개통 후 첫 주말인 1일 취재진이 서울부터 양양까지 전 구간을 직접 달려봤다.
○ 서울∼양양 4시간…‘저속(低速) 도로’
오전 11시 서울 강동구 천호대교에서 출발해 160km 떨어진 종점인 강원 양양군 양양 갈림목에 닿는 데 3시간 40분이 걸렸다.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들르지 않았는데 평균 속도는 시속 43km에 그쳤다. 오후 3시 반 출발해 서울로 돌아오는 길도 비슷했다. 이날 낮 12시 40분경 인제양양터널에서 발생한 버스 타이어 펑크 사고 때문에 차량 진행 속도가 더 느려져 서울 강동구 강일 갈림목에 도착한 건 오후 7시였다.
이는 서울에서 양양까지 90분이면 갈 수 있다는 도로공사의 예측을 크게 벗어난 결과다. 이처럼 ‘거북이 도로’가 된 데 대해 기존 서울∼동홍천(78.5km) 구간 주말 평균 차량 18만 대의 2배 가까운 34만8000여 대가 몰렸기 때문인 것으로 도로공사 측은 분석했다. 새로 뚫린 길로 가보자는 운전자들의 심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의 도로 위 휴게소로 주목받은 내린천휴게소는 수용 차량이 한계인 340대를 넘자 전광판에 ‘휴게소 진입 금지’라는 문구를 띄워 진입을 막았다. 이 휴게소는 육교를 세우듯 구조물을 기둥으로 받쳐 놓은 형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알고 보니 동홍천∼양양이 90분이었다” “‘서울∼동홍천 지옥’이 양양까지 길어졌다”는 등 불만을 나타낸 글이 많이 올랐다. ○ 정체 이어지자 곳곳 ‘무질서’
휴게소의 차량 진입이 막히고 정체가 이어지자 각 편도에 4곳씩 있는 졸음쉼터에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서울 방향 양양졸음쉼터에는 몰려든 차량이 통행로까지 들어차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장시간 대기해 진입한 휴게소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 방향 홍천휴게소에는 보행자 통행로와 안전구역에까지 차량이 들어찼다. 일부 차량 통행로에 주차한 얌체족 때문에 더 혼잡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홍천휴게소에서 만난 주모 씨(56)는 “차라리 국도를 이용하는 게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양 방향 양양 갈림목을 앞두고 정체가 풀리자 일부 차량이 추월 차로인 1차로를 차지했고, 여기저기서 ‘칼치기’(급격한 차로 변경) 등의 난폭운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홍천∼양양 새 구간 과속 단속은 인제양양터널 전후 16km 구간단속이 유일했다. 나머지 55km에는 고정식 단속카메라가 없었다. 통행량이 적을 때는 차량들이 폭주할 가능성이 높았다. 고속도로순찰대는 암행순찰차를 이용해 과속 등 불법행위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동홍천∼양양 구간은 60%가 터널이다. 졸음운전에 취약한 터널 내부에 정체가 빚어지자 “전방에 서행입니다. 추돌에 주의하십시오”라는 스피커 안내방송이 차 내부에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졸음운전을 막기 위한 컬러 조명, 전광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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