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30km 도로 법규위반 벌점 2배… 보행사망 절반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14> 정부, 보행안전 종합대책 발표

서울시청 근처의 보도 바닥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걷는 사람에게 결고 메시지를 전하는 표지가 붙어 있다. 정부는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 사고도 정식 통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동아일보DB
서울시청 근처의 보도 바닥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걷는 사람에게 결고 메시지를 전하는 표지가 붙어 있다. 정부는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 사고도 정식 통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동아일보DB
서울 송파구 방이1·2동에는 단독주택을 비롯해 다세대주택, 소규모 아파트단지, 학교, 상가 등이 복잡하게 들어서 있다. 송파구청과 올림픽공원 석촌호수 등에 둘러싸여 있어 지나는 차량과 사람도 많다. 이곳에는 이면도로 30여 개가 있다. 왕복 2차로가 가장 넓다. 나머지는 골목길 수준이다. 그런데 제한속도는 시속 60km나 된다. 학교 근처에 가면 제한속도가 30km로 뚝 떨어진다. 똑같은 길인데 제한속도가 들쑥날쑥하다. 지키는 차량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위험한 건 어린이 등 보행자다. 하지만 7월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이면도로 전 구간 제한속도를 30km로 낮췄다. 차량 소통보다 보행자 안전에 초점을 맞춘 ‘안전속도 5030’이 시범 도입됐다.

○ 교통정책의 패러다임 바꾼다

동아일보는 올해 ‘보행자 안전’을 주제로 교통안전 연중기획을 시작하며 보행약자 보호와 사람 중심의 법과 시설 개선을 주요 대책으로 제시했다. 보행자 교통안전의 위험한 실태를 지적한 본보 3월 6일자 A14면.
행정안전부는 25일 국토교통부, 경찰청과 함께 ‘보행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교통안전 정책이다. 차량 안전이 중심이었던 기존 교통안전 정책의 기조가 확 바뀐 것이다. 교통 선진국의 3배에 이르는 교통사고 보행 사망자를 2021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핵심 방향은 △취약계층 보행안전 개선 △보행환경 인프라 확충 △보행자 중심의 법·제도 정비 등이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건 보행약자 정책이다. 현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나 노인보호구역(실버존)에서 과속,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범칙금과 벌점이 일반 도로의 2배다. 하지만 앞으로는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진다. 당초 내년에 관련 용역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보행약자 보호 정책은 한시라도 늦춰선 안 된다. 올해 안에 바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스쿨존은 매년 250곳씩 늘려 2021년까지 1만2425곳으로 확대한다. 실버존도 같은 기간 매년 140곳씩 늘려 전국에 1442곳을 지정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실버존은 지방자치단체 예산 위주로 설치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50%의 사업예산을 부담하는 스쿨존에 비해 현실적으로 차이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며 “실버존에 지원한 소방안전교부세 규모를 현 20억 원 정도에서 120억 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은 확대 실시된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 연중기획을 통해 ‘도심 제한속도 10km 낮추자’를 제안했다. 본보 보도 후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도시 간선도로 등 왕복 4차로 이상 도로의 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60km에서 50km로, 왕복 2차로 등 이면도로는 30km로 일괄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차량의 속도는 얼마로 낮추느냐에 따라 보행자 생명과 직결된다. 시속 50km 때 보행자 치사율은 80%에 이르지만 30km 이하로 낮아지면 10%로 떨어진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전국 주요 도심의 제한속도를 이같이 낮출 예정이다. 올해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부 구간, 부산 영도구 전역을 시범 지역으로 지정해 6월부터 운용 중이다.

시속 30km로 낮춰지는 모든 이면도로는 현 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교통법규 위반 때 벌점이 2배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속도 위반의 경우 위반 정도에 따라 현행 최대 60점에서 120점, 중앙선 침범과 신호 위반은 각각 30점, 15점에서 60점, 30점으로 늘어난다. 한 번의 적발로 면허정지(40점)까지 당할 수도 있다.

고령자 증가로 보행자 사고가 늘고 있는 농어촌지역에도 안전시설이 확대 설치된다. 우선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 중인 마을주민보호구역(빌리지존)을 늘리고 보도와 과속방지턱, 과속단속 카메라 등을 설치한다. 빌리지존은 마을을 들어오고 나가는 도로 전후로 100m 구간이다. 하지만 지정만 돼 있고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보행안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부실하게 운영되는 곳이 많다. 특히 전동 휠체어를 타는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지방도로에 보도가 없는 곳이 많아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

○ 운전문화도 바꾼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운전자 교육도 강화될 예정이다. 현재 교통안전 교육은 면허를 따거나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됐을 때 의무적으로 받도록 돼 있다. 앞으로는 만 65세 전까지 10년마다(65세 이후 5년) 운전면허를 갱신하거나 적성검사를 받을 때도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운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 등 교육 방식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지난해 정부에서 75세 이상은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행안전 관련 규정도 법률에 근거를 둬 강제력을 갖춘다. 현재 법제처에서 이면도로 지역 중 보행자 통행량이 많고 교통사고가 잦은 지역을 ‘30구역’으로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심사 중이다. 지자체에서 보행자 우선도로를 지정할 수 있도록 보행안전법을 개정해 근거를 두기로 했다. 또 현행 도시개발 사업에 한정해 검토했던 보행환경을 쇼핑몰 등 대규모 건축물을 지을 때도 검토하도록 보행안전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정성택 neone@donga.com·서형석 기자
#교통정책#보행안전#종합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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