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빛 보지 못한 교통안전 강화법
위급상황서 조치 안하면 처벌… 발의 1년 지나도록 입법 지연
2년 유예 거쳐 올초 시행 세림이법… 유치원 이하 아동으로 축소 움직임
세림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어처구니없는 교통사고에 어린 생명이 스러져갈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법과 제도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을 반복하지 말자며 사람들은 새로운 법안에 하늘로 간 아이들의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세림이법을 제외하고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한 법안 대부분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세림이법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 15인승 이하 통학차량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 법은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김세림 양(당시 3세) 사고 후 만들어진 개정 도로교통법이다.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통학차량의 동승자 의무탑승 등 통학차량 안전이 강화됐다.
일정 기간 유예와 적용 대상의 단계적 확대를 거쳐 전면 시행됐지만 벌써부터 세림이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입법 취지를 대폭 축소시켜 유치원생 이하 미취학 아동의 통학차량에만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영세 학원업자들이 아이들 안전을 관리할 차량 동승자 고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다.
지난해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발의한 ‘해인이법’은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의 응급처치를 의무화한 어린이안전기본법이다. 그해 4월 이해인 양(당시 4세)은 경기 용인시 한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제동장치가 풀려 내려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였다. 당시 현장에서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을 거뒀다.
해인이법은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위급한 상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누구든지 응급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도록 했다. 이를 어겨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생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의무는 부모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의무라는 취지다. 해인이법은 발의된 지 1년이 넘도록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준이법’을 발의한 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의 차량, 도로 기술은 세계적이지만 교통안전 의식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는 사회의 안전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인 만큼 인식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
버스 등 9명 이상 탈 수 있는 어린이 통학차량을 운행할 때 반드시 관할 경찰서에 등록해야 한다. 통학차량에는 성인 보호자 1명이 반드시 동승해 어린이의 안전띠 착용을 확인하고 승하차 보호 등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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