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초등교, 1930년대부터 ‘교통안전팀’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팀원들이 다른 학생 안전통학 도와… 자원봉사 아닌 법으로 활동 보장
전통문화 물려주듯 교통안전 전승

뉴질랜드 웰링턴의 리올베이초교 앞 횡단보도에서 ‘학교교통안전팀’ 소속 어린이들이 현직 경찰관의 지도 아래 차량 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웰링턴=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뉴질랜드 웰링턴의 리올베이초교 앞 횡단보도에서 ‘학교교통안전팀’ 소속 어린이들이 현직 경찰관의 지도 아래 차량 운행을 통제하고 있다. 웰링턴=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Sign out(표지판 펼침), Check(확인), Clear(차량 없음), Cross now(횡단)”

지난달 24일 오전 11시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리올베이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 웰링턴 경찰 에런 단 씨를 따라 나선 이 학교 8, 9세 학생 15명이 같은 구호를 반복했다. 주황색 형광 조끼를 입고 횡단보도 양쪽에 서 있던 학생들은 차량이 다가오면 입을 모아 구호를 외쳤다. 동시에 ‘STOP(멈춤), School Patrol(학교 순찰)’이라고 쓰인 빨간 원 표지판을 차로로 내밀었다. 모든 운전자는 정지선 앞에 차를 멈췄다.

이들은 리올베이초교의 ‘학교교통안전팀’이다. 학교교통안전팀은 1930년대부터 이어진 뉴질랜드 통학안전의 상징이다. 팀원들은 등하교 때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다른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을 돕는다. 단순 자원봉사가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활동이다. 모든 운전자와 보행자는 안전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뉴질랜드 부모들은 교통안전을 마치 전통문화 또는 후대에 물려주는 유산처럼 여긴다. 이날 아들의 교통안전팀 활동을 보기 위해 학교를 찾은 리처드 씨(39)는 “아들이 안전팀에서 활동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를 통해 다른 학생뿐 아니라 아들 자신도 안전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교통안전팀은 주변의 도로환경 개선도 챙긴다. 웰링턴시는 리올베이초교 후문 앞길이 곡선 내리막길이라 위험하다는 안전팀의 지적을 받고 경찰과 함께 구조개선 공사를 계획 중이다. 힐레케 타운젠드 웰링턴시 지속가능교통조정관은 “학교교통안전팀은 학생이 교통안전의 주체가 되는 뉴질랜드의 오랜 문화다”라고 자랑했다.

웰링턴=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뉴질랜드#교통안전팀#교통사고#도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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