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을 찾아서’ 시리즈 1부(총 9회)는 매 회 보도 때마다 독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미생(未生)으로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들이 댓글을 통해 공분과 공감을 나타냈다.
동아일보는 1부를 마치며 워라밸 붕괴의 주범인 직장생활을 풍자한 ‘도전! 워라밸’ 보드게임을 개발했다. 지난해 ‘흙수저 보드게임’으로 화제를 모은 콘텐츠 기획자 최서윤 씨가 개발에 참여했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 함께 게임을 하며 워라밸을 무너뜨리는 요소들을 제대로 알고 함께 워라밸 향상을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다. 게임방법은 다음과 같다.
게임 방법
①게임판(신문을 오려 게임판으로 활용하면 된다), 주사위, 말, 메모 도구를 준비한다. 주사위가 없다면 스마트폰으로 주사위 앱을 다운받으면 된다.
②플레이어는 순서대로 주사위 결과에 따라 말을 이동시킨다.
③해당 칸의 지령에 따라 ‘자산’과 ‘스트레스’ 지수를 각각 기록한다.
④결승점에 도착한 순서에 20을 곱한 만큼 스트레스를 추가한다. 예를 들어 세 번째로 도착했다면 3X20, 즉 60을 스트레스 지수에 추가한다.
⑤모든 플레이어가 결승점을 통과하면 총점이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한다. 총점은 스트레스 총합을 총 자산으로 나눠(총 자산÷스트레스 총합) 계산한다.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이 펼쳐진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도 작은 대회가 열렸다. 입사 2년차 직장인 2명과 기자가 함께 막 완성된 ‘도전!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 게임을 진행했다.
워라밸을 무너뜨리는 여러 장애물과 직장생활의 버팀목인 월급이 혼재된 말판. 그 위로 플레이어의 말이 움직일 때마다 ‘자산’ 또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자산은 최대한 많이, 스트레스를 최대한 적게 얻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스타트업 재직 2년차 A 씨(29·여)의 말은 월급과 성과급 칸을 교묘히 비켜갔다. 반면 퇴근 직전 상사의 업무 지시를 받거나 회식 탓에 애인과의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등 워라밸 악재가 이어졌다.(5번, 11번) A 씨는 “돈은 안 모이고 스트레스만 늘어나는 게 딱 내 처지”라고 했다.
공공기관 사원 B 씨(29)는 ‘주말 워크숍’ 칸에 말이 놓이자 하소연을 쏟아냈다. “노무팀이어서 주말마다 각종 워크숍 때문에 쉬지 못하는 날이 많아요. 말이 단합이지 거의 술판이죠.”(24번) 회식과 주말근무 등으로 ‘스트레스’를 쌓아가던 이들에게 기회가 왔다. 기자의 말이 ‘칼퇴근 동맹’을 결성할 수 있는 곳에 놓였다.(31번) 과반이 찬성하면 동맹을 맺고 모두 야근을 피할 권한이 생긴다. ‘야근’ 칸에 놓여도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하지만 A와 B 씨 모두 가입을 거부했다. “그런다고 칼퇴근이 보장되느냐”면서….
하지만 A 씨는 곧 후회했다. 곧바로 ‘마라톤회의로 야근을 해야 하는’ 칸에 말을 놓아야 했다.(41번) 그는 “평소에도 비효율적인 회의들을 쫓아다니느라 개인 업무가 밀린다”며 “회의 참석자들이 회의 도중 각자 노트북으로 개인 용무를 처리하는 게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60개의 칸을 모두 지나 다다른 결승점은 ‘퇴사’였다. ‘도전! 워라밸’을 개발한 최서윤 씨는 “워라밸이 무너진 환경에선 시기의 문제일 뿐 모두 퇴사를 꿈꾼다는 현실을 풍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임의 최종 승자는 B 씨였다. 상품으로 10유로 1장을 받은 그는 “휴가를 떠날 수 있다면 이 돈으로 벨기에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사먹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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