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을 추구하는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힙(hip)한 라이프스타일로 주목받으며 인테리어에서부터 먹을거리, 출판, 패션까지 휩쓸어버린 덴마크발(發) ‘휘게(Hygge) 현상’이 대표적이다.
마이크 비킹이 쓴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2016년)는 촛불, 시나몬 번에 따뜻한 양모 담요를 두른 채 집에서 소박하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삶을 세계적 유행으로 만들었다. 휘게의 핵심 가치는 편안함이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게 즐기는 아늑함에 있음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소확행과 닮았다. 이 트렌드는 소비문화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2016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휘게 열풍 덕에 시나몬 가격이 20%나 올랐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라곰(lagom)’ 스타일도 최근 떠오른다. 패션잡지 ‘보그’는 지난해 “이제 휘게는 잊어라. 라곰 시대가 온다”라고 내다봤다. 라곰이란 지나치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상태를 일컫는다. 주로 겸양, 공평함 등을 뜻하는 단어로 화려함보다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한다. 스웨덴의 전통적 커피 브레이크인 ‘피카(fika)’는 대표적 라곰 스타일. 잠시 일을 멈추고 차와 쿠키를 즐기는 자신만의 시간에서 꽉 찬 행복감을 느낀다.
미국판 소확행도 인기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화제인 ‘100m 마이크로 산책(micro walks)’은 1년 내내 불과 100m 반경을 걸으며 세밀하게 주변을 관찰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탕진잼’(소소한 물건을 사는 재미), ‘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한 비용) 등 작은 것에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는 문화를 지칭하는 현상이 유행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젊은층이 눈앞의 쾌락, 즉각적 충족감에 치중하며 이런 유행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저성장 속 깊어지는 상대적 박탈감과 해체되는 소속감, 과도한 경쟁 등 암울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극복하기 위한 현상”이라며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계속 부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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