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에 숨어 비방성 글을 양산한다는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던 온라인 ‘덕후’ 커뮤니티가 사회적 움직임을 이끈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 100만 명이 참가한 ‘과학을 위한 행진’ 집회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댓글에서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기후변화 관련 내용을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비버티스92’라는 이용자가 “워싱턴에서 과학 행진이 열려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공감한 사람들이 모여 ‘지구의 날 네트워크’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지구의 날인 4월 22일 집회까지 열었다.
이렇게 레딧이 사회적 움직임을 이끌어낸 것 역시 익명성과 공통 관심사 덕분이었다. ‘미투 운동’에 관해서도 뉴요커 매거진의 지아 톨렌티노는 “미디어 업계에서 구글 문서 형태로 ‘요주의 인물’ 리스트가 돌았고 입소문을 토대로 하루 만에 나온 명단이 70명을 넘었다”며 “하비 와인스틴 스캔들 이전까지 여성들의 성폭력에 대응하는 나름의 방식으로 ‘귓속말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레딧은 문제 콘텐츠를 규제하려는 움직임과 이에 맞선 표현의 자유 논리로 몸살을 앓았다. 차별적 콘텐츠를 담은 서브레딧(게시판)을 폐쇄하려던 최고경영자(CEO)가 이용자들의 반대로 자리에서 물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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