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소리와 함께 드론 두 대가 날아올랐다. 11일 방문한 인천 서구 석남동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은 초입부터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600여 개의 크고 작은 사업장이 모인 이곳은 평소에도 악취와 먼지 민원이 잦은 지역이다.
드론 한 대가 한 폐기물 처리업체 굴뚝으로 다가서자 드론과 연결된 지상의 모니터 그래프가 널뛰기 시작했다. “휘발성총유기화합물(VOCs)의 농도가 크게 올라가고 있네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공학과 박정민 연구관이 모니터 그래프를 유심히 살폈다. 드론이 포집해온 배출가스는 곧바로 이동식 측정차량 분석기기로 옮겨졌다. 박 연구관은 “즉석에서 성분별 분석을 해 기준 위반이 의심되면 곧바로 단속팀이 해당 사업장으로 출동한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부와 인천시는 드론을 이용해 배출기준 초과가 의심되는 영세사업장 32곳을 단속했다.
전국의 대기오염 배출시설로 등록된 사업장 수는 5만7500여 개. 이 중 실시간 측정기가 달린 대형사업장(1∼3종)은 5500여 개에 불과하다. 전체 90%를 차지하는 영세사업장(4, 5종)의 실시간 미세먼지 배출량은 ‘깜깜이’인 셈이다.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영세사업장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체 사업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영세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환경부가 지난달 11일 경기 포천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에서 드론 단속을 벌인 결과 이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하루 새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당일 이 지역 VOCs 물질 농도를 분석한 결과 단속 직후 VOCs의 56%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VOCs는 미세먼지와 오존을 만드는 물질이다.
VOCs가 사라진 다음 날인 12일 포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14μg으로 전날(28μg) 대비 50% 급감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전날보다 좀 떨어지긴 했지만 전국 평균 감소율은 33%였다.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단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영세사업장들이 속속 가동을 일시 중단한 게 미세먼지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는 내년부터 영세사업장 관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대형 사업장에 부착하는 대당 1억 원인 자동측정기와 달리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대당 가격이 100만∼200만 원대에 불과한 간이측정기를 빠르면 내년부터 영세사업장에 설치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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