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미세먼지 88% 외부서 유입… 국내선 ‘충남發’ 가장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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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19개 지역 간 미세먼지 기여도 산출… 자체 배출 비율 30%도 안돼



지난달 21일 충남 당진의 한 석탄화력발전소와 제철공장 굴뚝에서는 쉴 새 없이 하얗고 뿌연 연기가 솟아올랐다. “하얀 건 수증기지만 뿌연 건 모두 대기오염물질입니다.” 이기준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환경감시단 과장이 굴뚝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형 사업장은 대기오염물질 실시간자동측정기(TMS)가 설치돼 있어 배출 허용 기준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기준대로 배출해도 그 양이 엄청나게 많다. 이날 방문한 공장은 하루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55t에 이른다. 1년이면 2만 t이다.

이날 굴뚝에서 나온 연기는 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 이 과장은 “바람에 섞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미세먼지 양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초미세먼지의 핵심 진원지는 ‘충남’

다른 나라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듯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이렇게 국내 지역끼리 주고받는 미세먼지의 양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각 지역의 자체 배출 비율은 30%에 못 미쳤다. 국내 여러 지역 중 다른 지역에 가장 많은 미세먼지를 보내는 곳은 충남이었다.

이는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19개 미세먼지 예보권역별 초미세먼지(PM2.5) 이동량을 처음으로 분석한 결과다. 9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5년 국내외 미세먼지 배출량과 기상 상황을 토대로 한 해 동안 국외에서 온 초미세먼지와 19개 지역(17개 광역단체 중 경기와 강원은 두 개 지역으로 나눔)을 오간 초미세먼지의 지역별 비율을 산출했다. 초미세먼지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꼬리표’를 붙인 셈이다. 그동안 ‘중국발 초미세먼지’ 등 국외 미세먼지가 얼마나 많이 국내에 들어오는지를 분석한 연구는 있었지만 국내 지역 간 상호 영향을 평가한 연구는 처음이다.

분석 결과 2015년 한 해 동안 충남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는 경기 남부와 세종의 전체 미세먼지 중 각각 20%, 23%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 남부와 세종 지역에서 자체 배출한 초미세먼지 비율(각각 19%, 2%)을 뛰어넘었다. 충남발 초미세먼지는 서울 전체 초미세먼지의 6%, 인천은 7%, 충북과 대전은 각각 10%, 18%를 차지하는 등 전국적으로 평균 8%를 차지했다.

외국에서 넘어온 초미세먼지를 제외한 국내 배출만 놓고 보면 충남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서울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초미세먼지 중 충남에서 넘어온 것은 12.5%였다. 인천은 21.6%, 경기 남부는 37.4%에 달했다. 국내 초미세먼지 중 충남발 초미세먼지의 기여율은 평균 19%였다.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충남 지역은 우리나라 서쪽 중앙에 위치한 데다 발전소와 산업단지가 많아 대표적인 미세먼지 발생 지역으로 꼽힌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충남 지역 발전소와 대형 사업장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은 그 총량만 8만7135t에 이른다. 전국 광역단체 대형 사업장 배출량 중 1위로, 사업장 수가 더 많은 경기 지역(1만6910t)보다 배출량이 훨씬 많았다.

충남 다음으로 기여율이 높은 국내 지역은 전남, 경기 남부, 경북으로 평균 5%(국외 영향 포함)였다. 우리나라 남쪽 끝에 위치한 제주와 강원 영동의 타 지역 기여율은 모두 0%였다.

○ 지역별 자체 배출 비중, 평균 13%에 불과

중국을 비롯한 국외 영향은 여전히 컸다. 전국 19개 지역별 연간 초미세먼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국외 미세먼지로 평균 59%에 달했다. 국외 영향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 중북부 12%, 중국 동북부와 중남부 각 10%, 중국 동남부 9%로 중국의 기여율이 평균 45%였다. 국내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이 들이마시는 초미세먼지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미세먼지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지역 간 영향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사람들이 2015년 한 해 들이마신 초미세먼지 중 서울 내에서 발생한 것은 12%에 불과했다. 나머지 88% 중 국외 초미세먼지는 49%였다. 나머지 39%는 경기 남·북부(19%), 인천(9%), 충남(6%) 등 국내 다른 지역에서 온 것이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자기 지역에서 배출한 초미세먼지는 전체 미세먼지 중 인천은 10%, 경기 북부 13%, 경기 남부 19%, 충북 11%, 전북 16% 등으로 평균 13%였다. 자체 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충남(27%)에 이어 전남(21%)이었다. 자체 배출원이 많지 않은 강원 영서나 영동, 세종, 대전 등은 지역 내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의 비중이 전체의 5% 이하였다. 이 지역 사람들이 들이마신 오염물질의 95%는 외부에서 넘어왔다는 뜻이다. 국내 다른 지역 초미세먼지의 기여율은 평균 28%로 자체 배출량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 “전국 4개 권역으로 묶어 통합 관리해야”

국립환경과학원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세먼지의 광역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지역의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해당 지역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지역들이 함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짜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재범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연구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크게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 영남권 등 4개 대기관리 광역권역을 제안했다”며 “4개 권역을 만들어 통합정책을 수립할 경우 국내 미세먼지 제어율(광역권 설정 시 해당 지역에서 저감 가능한 국내 미세먼지 비율)이 81∼94%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런 제언을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광역관리 계획을 짜고 있다. 미세먼지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 푸른하늘기획과 홍동곤 과장은 “지난해 말 본격적인 용역연구에 착수해 빠르면 다음 달 말쯤엔 광역관리 권역에 관한 큰 그림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만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으로 묶여 광역 관리되고 있다. 홍 과장은 “수도권만 한정한 특별관리권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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