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떠 있는 수영장 모양의 폰툰(상자형 부유 구조물) 안 물속에 아이들이 뛰어들었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은 33.8도였지만 물속은 약 23도로 더위를 잊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물놀이가 아니라 위급할 때 생존을 위한 ‘안심 생존수영교육’ 현장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8일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한강에서 생존수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2016년부터 서울시내 3, 4학년 초등생은 연간 4시간의 생존수영을 의무적으로 배운다. 수영장이 아닌 강에서 수업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서울 명원초 5학년 학생 50여 명이 참여한 교육현장에서 기자도 한강에 뛰어들었다.
○ 수영 못 해도 둥둥 떠서 갈 수 있어
생존수영이란 구조대가 올 때까지 물속에서 견디는 수영을 말한다. 수영을 할 줄 몰라도 체력을 최대한 아끼며 물 위에서 오래 버티는 법을 익히는 게 수업의 목표다.
구명조끼를 몸에 꼭 맞게 입은 뒤 교육장에서 처음 배우는 것은 ‘잎새뜨기’다. 잎새뜨기란 나뭇잎이 물에 떠있듯 물에 대(大)자로 누워 둥둥 떠 있는 것을 말한다. 양손과 발을 쭉 펴고 누워 두 팔을 천천히 휘저어 움직이면 된다.
“발차기 하지 마세요. 생존하려면 체력을 아끼는 게 중요합니다.”
한 학생이 발차기를 시도하자 성열운 수련지도사(39)가 큰 소리로 외쳤다. 두 팔만으로 수영을 하면 느리게 가지만 체력 소모는 덜하다.
○ 연습과는 전혀 달랐던 한강 생존수영
폰툰에서 연습 뒤 보트를 타고 수심 6∼7m 지점으로 향했다. 물 밑이 보이지 않자 기자도 덜컥 겁이 났다. 학생들의 공포감은 더했다. 일부 학생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용기를 내 물속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약 150m 떨어진 구명벌을 향해 잎새뜨기 자세로 팔을 저어 나아갔다. 확실히 연습과 실전은 달랐다. 밝은 햇살 탓에 눈이 부셔 좀처럼 눈을 뜨기 힘들었다. 분명 머리를 구명벌 방향으로 두고 나아갔지만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자주 고개를 돌려 확인해야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류도 앞으로 나아가는 데 힘들게 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였던 한강도 순식간에 변하는 조류 때문에 물도 여러 번 마셨다.
구명벌에 도착해도 문제였다. 구명벌은 생각보다 높아 줄이 있어도 혼자 오르기 벅찼다. 이때 협동심이 필요했다. 먼저 구명벌에 오른 학생들이 이어서 온 학생들을 끌어 당겨줘야만 했다.
10여 분간의 생존수영 뒤 구명벌에 타자 폭염 속에서도 몸에서 살짝 한기를 느꼈다. 왜 수난사고 때 저체온증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구명벌이 없거나 늦게 온다면 조난자들은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의 팔짱을 끼고 둥근 원을 만들면 좋다.
수업을 마친 뒤 학생들은 생존수영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권혁준 군(11)은 “오늘처럼 이렇게 한번에 오랫동안 멀리 헤엄쳐 본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하면 위급할 때 물속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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