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차난 ‘앱’으로 해결한다고? 직접 써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17시 04분


서울시 주차난은 고질적 문제다. 특히 대형 건물보다 주택 밀집지를 찾았을 때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난처했던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가 주택가의 주차난을 줄이기 위해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공유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2015년이다. 지난해까지는 성과가 크지 않았다. 자치구들은 주차구역을 가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역을 공유해달라고 홍보해 왔지만 응하는 시민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주차장 검색 및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모두의 주차장’에서 검색해보면 관악 성북 동대문 강동 서초구 등에서는 공유 주차장으로 등록된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앱을 켜면 지도에 ‘공유’ 마크가 달린 주차장들이다. 자치구마다 수백 개씩 있다.

최근 기자가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예술정보학교 인근을 찾았을 때 모두의주차장 앱을 실행해봤다. 학교 담벼락을 따라 서너 개의 빈 ‘공유’ 주차 공간이 표시됐다. 주차요금 결제를 마치자 주차구역 번호가 표시됐다. 주차 요금은 10분당 300원. 근처에서 이용할 수 있는 빌딩 주차장 요금의 절반 정도로 저렴했다. 만약 이용자가 결제한 주차 구역에 다른 차가 불법 주차 중이라면 앱 콜센터에 전화하면 다른 구역으로 안내해준다. 동시에 앱 운영사에서는 해당 지역 주민센터에 연락해 불법 주차 차량을 단속해줄 것을 요청한다.


올 9월 말 기준으로 서초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유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은 812면이다. 지난해에는 100면도 채 되지 않았다. 올 1월 409면으로 급증하더니 매달 늘고 있다. 1월부터 서초구가 공유 주차 참여정도를 내년도 거주자우선주차구역 배정을 위한 심사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에 주차구역 배정 심사에서 가장 비중이 컸던 주택과 주차구역 간 거리는 심사 비중을 낮췄다. 이정우 서초구 주차관리과 주무관은 “서초구에는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이 5500면 정도 있는데 매년 신청자는 7000명이 넘는다. 기존 주차구역 배정자라도 공유 주차에 참여 안 하면 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유 주차에 참여하면 주차구역 배정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시·구 공동협력사업으로 정했다. 모든 자치구가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해 공유 주차장을 확산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22개 자치구가 ‘모두의 주차장’ 앱을 통해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공유 주차장으로 활용하거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영등포구는 ‘파킹프렌즈’라는 다른 주차장 검색 앱을 활용해 다음 달부터 서비스를 시행한다. 은평구는 ARS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임국현 서울시 공유도시 팀장은 “서울시에서 연간 제기되는 민원의 35%가 주차 관련”이라며 “공유 주차 공간을 늘리면 불법 주차와 민원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앞으로도 기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주차 구역을 늘리는 방안을 실행해나갈 예정이다. 최근 파킹프렌즈 앱 운영사인 미래엔씨티와 업무협약을 통해 주택 담장을 허물어 확보한 주차 공간을 공유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주차 공간을 제공한 가옥주에게 폐쇄회로(CC)TV를 통해 방범 관리를 지원하고 주차요금 일부를 나눠주는 사업이다. 용산구는 27일 옛 중앙대부속병원 등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코레일 임시유휴지에 거주자우선주차면을 신설하고 배정자들은 의무적으로 공유 주차 사업에 참여토록 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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