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매일 통학하는 ‘쑥고개로’ 미세먼지 농도 평균의 5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1일 03시 00분


수도권 도로 1336곳 빅데이터 분석


《 ‘이곳’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전국에 등록된 차량 2252만8295대가 내뿜는 것의 3배다. 대다수 국민은 이곳을 매일 지난다. 이곳은 바로 ‘도로’다. 지난해 도로에 깔려 있다가 차량이 지날 때 다시 날리는 미세먼지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에서 먼지가 가장 많이 날린 도로는 어디일까. 》
 

아이들 매일 통학하는 쑥고개 미세먼지 농도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쑥고개로 인근 한 공사장에서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나고 있다. 이 도로는 지난해 ‘다시날림 미세먼지’ 농도가 ㎥당 평균 298㎍으로 서울 내 생활권 도로 중 가장 높았다. 조소현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쑥고개로 인근 한 공사장에서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나고 있다. 이 도로는 지난해 ‘다시날림 미세먼지’ 농도가 ㎥당 평균 298㎍으로 서울 내 생활권 도로 중 가장 높았다. 조소현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
8일 오후 공사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20t 화물차가 줄지어 서울 관악구 쑥고개로로 쏟아져 나왔다. 흙먼지로 뒤덮인 아스팔트는 누런색에 가까웠다. 차량이 지나며 도로에 깔린 먼지가 날리자 한 어린이가 콜록댔다. 이 도로는 지난해 ‘도로 다시날림 미세먼지(PM10)’ 농도가 m³당 평균 298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 달했다. 이날도 먼지로 자욱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0일 한국환경공단의 수도권 도로 다시날림 미세먼지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쑥고개로는 지난해 서울 내 생활권 도로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 1위는 강동구 상일로(545μg)이지만 아직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보행자는 적은 편이다. 이는 지난해 3∼12월 주요 4차로 이상 도로 1336곳에서 총 7841차례 측정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그래픽 김성훈·서장훈 기자
쑥고개로를 ‘먼지 도로’로 만든 주범은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유입되는 먼지와 불법 정차한 차량이 내뿜는 공회전 매연이다. 8일 환경부가 공개한 관악구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μg이었지만 취재팀이 쑥고개로에서 측정해 보니 302μg까지 치솟았다. 인근 관악초등학교와 어린이집 14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매일 이 도로로 통학한다. 영락유헬스고교에 다니는 박성우 군(19)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비슷한 시간 양천구 목동동로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불법 정차 차량이 한 대도 없는 데다 도로 표면도 확연히 깨끗했다. 이곳은 지난해 다시날림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μg으로 수도권 도로 중 가장 낮았다. 8일 취재팀이 측정한 결과도 46μg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주변에 공원이 많고 안양천이 인접해 대기 흐름이 원활한 덕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도로 1336곳의 연평균 다시날림 미세먼지 농도는 2016년 56.8μg에서 2017년 34.5μg으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지난해 65.3μg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평균 농도가 ‘매우 나쁨’(151μg 이상)인 도로는 108곳, ‘나쁨’(81∼150μg)인 도로는 139곳이었다.

요즘처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지방자치단체가 물청소를 할 수 없어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더 크다. 전문가들은 물 없이 청소가 가능한 분진 흡입차를 늘리고, 근본적으로는 공사 차량을 꼼꼼히 세척해 도로에 먼지를 흩뿌리지 않도록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5년 전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중 11.8%에 해당하는 2만7573t이 도로 다시날림 미세먼지였다. 공장 매연(30.4%)과 건설 공사장(16.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해 전체 차량 배기가스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9583t(4.1%)인 점을 감안하면 도로에서 날리는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지역과 멀다는 이유로 관리되지 않는 서해안 공업단지 인근 도로도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가 인천 서구 북항로207번길(지난해 평균 농도 1542μg) 등 서해안 인근 도로에 쌓여 있다가 도심 지역으로 날아든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국처럼 국토가 크지 않은 나라에서 ‘청소를 안 해도 되는 도로’란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도로 1336곳 미세먼지 농도

조건희 becom@donga.com·김아연 기자
#아이들 매일 통학#‘쑥고개로’#미세먼지 농도 평균의 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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