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卷一. 四海는 하나가…(12)

  • 입력 2002년 7월 11일 16시 17분


웅크린 호랑이④

그 시대는 산 사람을 보살피는 일[양생]보다 죽은 사람을 보내는 일[喪死]이 훨씬 무겁고 귀하게 여겨지던 때라, 장례에 관련된 일로 벌이를 삼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문객(喪門客)은 장례식에 가서 삯을 받고 울어주는 사람들을 말하며, 피리 부는 사람[吹簫人] 또한 상가에서 일삼아 장송곡을 연주하는 악단의 일부였다.

항량은 먼저 상문객과 피리 부는 사람을 부르게 함으로써 장례의 겉모양부터 갖추게 했다. 하지만 장례의 실질은 죽은 이를 산 사람들로부터 떼어내는 일로, 그 과정에서 슬픔을 일정한 형식으로 나타내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였다. 항량은 상가(喪家)로 가는 도중에 다시 몇 군데 들러 자신이 부릴 사람들을 더 불러모았다.

상가에 이르니 굴씨가(屈氏家)의 젊은 상주(喪主)는 경황없이 울고만 있었다. 나라 잃고 떠돌아다니는 왕족의 군색함과 고단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살림이었다. 집안은 몇 안 되는 노복(奴僕)과 가동(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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