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144>卷三. 覇王의 길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30분


鴻門의 잔치 ②

사흘째 되는 날 항우는 전군을 들어 한층 매섭게 섬성(陝城)을 들이쳤다. 그러자 진나라 장졸들은 마침내 성을 버리고 항우가 일부러 틔워둔 서문을 빠져나가 함곡관으로 달아났다.

섬성에서 함곡관까지는 채 백리 길이 되지 않았다. 급하게 뒤쫓으면 진나라 군사들의 꼬리를 잡고 함곡관으로 함께 들 수도 있었으나 항우는 군사들을 함부로 내몰지 않았다. 따로 나가 있는 군사들이 모두 돌아오기를 기다려 일시에 함곡관을 들이치기로 하고, 그날은 섬성을 얻은 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당양군 경포와 포장군이 이끌고 간 군사 5만과 함께 부른 듯 섬성으로 돌아왔다.

“이제 평양(平陽) 이남에는 진나라의 세력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마음 놓고 관중으로 드셔도 될 듯합니다.”

경포가 먹물로 글자를 떠 기괴하게 보이는 얼굴 가득 자랑스러운 빛을 띠며 그렇게 알렸다. 포장군과 함께 이끌고 간 군사들도 그리 많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항우는 그들을 반겨 맞아들이고 술과 밥을 배불리 먹인 뒤 편히 쉬게 했다.

다음날 다시 경포와 포장군을 자신의 군막으로 부른 항우가 특히 경포를 보고 말했다.

“당양군은 우리 선봉이 되어 군사를 이끌고 먼저 함곡관으로 가 보시지 않겠소? 3만 군사로 한번 부딪쳐 보되,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무리하지는 마시오. 환초와 용저가 돌아오면 내가 본대를 이끌고 갈 터인즉, 그때 우리 30만 군이 한꺼번에 치고 들면 제아무리 함곡관이라 한들 무슨 수로 견뎌내겠소?”

이에 경포는 포장군과 함께 3만 군사를 새로 받아 함곡관으로 갔다. 그런데 그날 밤 경포가 항우에게 급히 보낸 전갈이 뜻밖이었다.

“함곡관에는 5만이 넘는 군사가 지키고 있는데, 그 날카로운 기세가 망해가는 진나라 군사들과 다른 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며칠 전 함양에서 원군을 보내 왔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우리 초나라 장졸들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과 힘을 합쳐 관(關)을 지키게 되자 진나라 군사들의 기세까지 다시 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함양에서 우리 초나라 군사들이 원군으로 내려왔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항우가 얼른 알아들을 수가 없어 들은 말을 그렇게 한 번 더 되뇌며 물었다. 파발로 달려온 군사가 아직도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관중에는 이미 진나라도 황제도 없어졌다고 합니다. 공자 영(영)은 조고에 의해 진왕(秦王)으로 세워졌다가 벌써 보름 전에 패공 유방에게 항복하였고, 진나라의 옥새와 부절(符節)도 모두 패공에게로 넘어갔습니다. 패공은 그 병부(兵符)로 각처에 남아 있는 진나라 장졸들을 거둬들이고 있는데, 함곡관도 그렇게 하여 손에 넣은 듯합니다.”

“그런데 왜 관문을 닫아걸고 한 편인 우리 군사들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냐?”

항우가 버럭 소리를 질러 그렇게 물었다. 그때 함께 있던 범증이 차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항우를 넌지시 깨우쳐 주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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