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150>卷三. 覇王의 길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45분


鴻門의 잔치 ⑧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패공께서 거느린 군사는 밖으로 20만을 일컫지만 실은 10만을 크게 넘지 않음을 알고 있소이다. 거기 비해 우리 군사는 큰소리치는 것처럼 백만이 되지는 않으나, 그래도 40만은 웃돌고 있소. 더군다나 조카는 병법에 밝고 용맹스러워 패공은 결코 그 적수가 못 되오. 그런데 조카 곁에는 또 범증 늙은이가 붙어 패공을 반드시 죽이도록 부추기니, 패공은 내일이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소.”

항백이 그렇게 말해 놓고는 길게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바라건대 선생께서는 부디 패공과 함께 헛되이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하시오. 오늘밤 나와 함께 멀리 달아나 초야에 숨어 살며 천수를 누리도록 합시다. 비록 옛적에 베풀어주신 은의를 잊지 못해 이렇게 찾아 왔으나, 나 또한 진중의 엄중한 기밀을 누설한 셈이외다. 아무리 조카와 아재비 사이라 하더라도 군기를 어기고 어찌 용서받기를 바라겠소?”

간곡하고도 진정 어린 항백의 목소리였다. 숙연하게 듣고 있던 장량이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나는 되살아난 부조(父祖)의 나라 임금인 한왕(韓王)의 명을 받들어 패공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패공이 위태로워졌다고 하여 홀로 목숨을 건지고자 달아나는 것은 의롭지 못합니다. 이 일을 패공께 알리고 함께 풀어가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그리고는 패공의 군막을 찾아가 항백이 찾아온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듣고 난 패공이 크게 놀라며 장량에게 물었다.

“이 일을 장차 어찌 했으면 좋겠소?”

“무엇보다도 함곡관을 막은 일이 항우의 심기를 크게 해친 것 같습니다. 도대체 누가 패공께 그따위 계책을 일러주었습니까?”

장량이 대답 대신 진작부터 궁금하던 것을 알아보았다. 패공이 겸연쩍은 얼굴로 머뭇머뭇 대답했다.

“어떤 소견 좁은 서생[P생]이 그렇게 관(關)을 막고 제후들을 들이지 않으면 내가 진나라 넓은 땅에서 왕 노릇 할 수 있을 것이라기에 생각 없이 따랐소.”

“그럼 패공께서는 스스로 헤아리시기에 항우를 물리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패공께서 거느리신 군사가 항우의 대군을 당해낼 수 있습니까?”

“아마 어림없는 일일 거요. 그래서 이렇게 걱정하고 있지 않소? 자방(子房), 실로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하오?”

패공이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장량은 그런 패공의 물음에 울컥 속이 치밀었으나 왠지 드러내놓고 성을 낼 수가 없었다. 자신이 풀어주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고 말 것이란 걱정이 앞서, 치미는 속을 억지로 누르며 패공을 위해 머리를 짜냈다.

이윽고 장량이 차분한 목소리로 권했다.

“바라건대 패공께서는 먼저 항백부터 달래십시오. 그 사람을 만나 결코 항(項) 상장군을 저버릴 뜻이 없었음을 밝히고 앞으로도 그 명을 받들 것임을 믿게 하셔야 합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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